여야가 정부 추경안을 두고 밤샘 밀실 합의를 하는 사이에 울산시민들이 높은 기대를 갖고 있던 전시컨벤션센터 건립 예산이 달아나 버렸다. 울산시에 따르면 내년 준공을 목표로 집중투자를 하려고 했던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예산이 지난 31일 밤 국회 예결위에서 모조리 삭감됐다.

울산에 있어 전시컨벤션센터는 ‘있으면 더 좋은’ 문화시설이 아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도시인 울산이 한단계 성장을 꾀함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매우 중요한 산업시설이다. 울산시는 “조선업 침체로 큰 어려움에 처한 울산의 위기극복에 있어 조선해양산업 분야로 특화한 전시컨벤션센터가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 상임위를 설득한 결과 어렵게 128억원이 편성됐다. 그런데 울산전시컨벤션센터가 한밤중 밀실야합의 희생양이 돼버린 것이다.

국회는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끌어온 울산이 현재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산업지도를 바꾸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음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뻔히 알면서도 당리당략을 챙기느라 모르는 척했다면 분명한 직무유기라 할 것이다. 울산은 우리나라 산업의 역사이자 미래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을 위시한 수백개의 협력업체가 있는 울산의 조선업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근간이기도 하다. 전시컨벤션센터는 그 미래를 새롭게 열어갈 중요한 거점이 될 시설인 것이다.

알다시피 전시컨벤션은 상품과 지식, 정보 등의 교류를 위한 회의 또는 전시를 위한 공간을 갖춘 장소이자 각종 이벤트와 전시회 등을 기획 수행한다. 집적도가 높은 공간에서 합치된 목적을 효율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정보화시대의 제3미디어로 평가된다. 따라서 당장에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더라도 글로벌 산업도시로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반드시 필요한 공간으로 인식된지 오래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인 대도시들이 대부분 컨벤션센터를 갖추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울산은 세계를 무대로 하는 대기업들의 주력공장이 대부분 들어와 있는 산업수도이다. 특히 대규모 고용과 연관산업의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조선산업의 위기극복를 위해 전시컨벤션센터 건립과 같은 특단의 기업지원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중국의 조선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단순한 생산에서 벗어나 구조고도화와 융합, R&D를 위한 정보교류, 조선해양 전문 박람회 등을 담당할 전시컨벤션센터 없이 경쟁력 향상은 불가능하다. 전시컨벤션센터 예산을 삭감해버린 국회는 울산의 경기회복과 조선산업 위기극복을 위한 책임감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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