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국내 완성차업체의 실적이 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국내 완성차업체는 내수 10만8617대, 수출 14만2987대 등 총 25만1604대를 판매했다. 이는 2009년 8월(23만2656대)이후 가장 낮은 실적이다. 지난달 38만대와 비교해도 10만대 이상 낮다. 노사협상 과정에서 파업이 많았던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차, 한국지엠이 실적을 끌어내린 것이다.

특히 7~8월 14차례나 파업을 강행한 현대차는 내수판매가 지난해 8월에 비해 17.6% 급감했다. 파업이 없었던 르노삼성은 24.4%, 쌍용차는 2.1% 증가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들 회사는 여름휴가로 인해 자동차 판매가 늘어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 귀족노조에 대한 반감에 따른 ‘안티 현대의 확산’과 잦은 파업으로 인한 현대차에 대한 ‘신뢰도 저하’를 원인으로 꼽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현대차 노조는 5일 또다시 파업을 강행하기로 했다.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해 15번째 파업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에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되는 바람에 재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일 1차 재교섭에서 노조는 회사측에 추가제시안을 요구했고 회사측은 잠정합의안이 나온만큼 추가안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에 노조는 5일 1, 2조 각 4시간 부분파업을 결정한 것이다. 회사측은 지난 7월19일부터 파업으로 인해 7만1000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1조5900억원의 생산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노사는 회사를 끌어가는 두개의 바퀴다. 내수·수출이 심각하게 줄어드는 상황에도 노조가 또다시 파업이라는 강경카드를 내놓는 것은 회사를 끌어가는 한 축으로서의 역할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회사측은 파업으로 인한 대외신인도 하락을 우려해 강력하게 내세웠던 임금피크제까지 철회하며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조 역시 임금피크제가 이번 임협의 가장 중요한 사안이었으며 이를 막아낸 것은 큰 성과로 꼽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노노갈등 극복을 위한 노력 대신 또다시 파업을 통해 회사를 압박하고 나서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조합원들도 일부 현장조직들의 노조집행부 흔들기에 부화뇌동해서는 안된다. 냉정하게 현실을 들여다보아야 할 때다. 7, 8월에 이어 9월까지 ‘소비절벽’이 계속된다면 회복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 노조는 물론이고 근로자들도 국가와 지역사회의 발전은 물론이고 청년일자리, 중소협력업체의 고통, 소상공인들의 생계 등 사회적 문제에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파업은 그 어떤 것의 해답도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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