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 법통 부정하는 ‘건국절 법제화’
국내외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
이념 대립으로 혼란만 가중시켜서야

▲ 이일걸 한국간도학회 회장

최근 여·야간 건국절 논쟁이 뜨겁다. 여당은 ‘건국절의 법제화’를 서두른 반면 야당은 ‘역사 부정’이라고 반대한다. 더구나 여야 대선주자들마저 건국절 논쟁에 불을 붙이고 전 국민을 이념적 분쟁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심지어 여당의 의원연찬회에서 모 교수는 ‘건국절 의미’에 대한 특강까지 했다.

여당은 사드(THAAD) 배치의 외교·안보 논쟁과 맞물린 면도 있지만 ‘공동체의 분열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통합해야 한다’는 정치의 대원칙을 스스로 어겼다. 건국 문제에 대한 논쟁은 전 정부에서도 있었지만 이를 전혀 교훈을 삼지 않는다. 국내외적으로 정치외교 및 경제 위기의 상황 하에서, 반복되는 건국절 논쟁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대중 정부의 ‘제2의 건국운동’도 임기를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1년 전에 발족한 ‘건국 60년 기념사업추진회’가 280억의 혈세를 낭비하고 흐지부지 됐다. 임정의 법통을 부정하고 친일파의 집권과 독재를 미화하는 대신에 항일운동과 4·19 혁명을 폄하하는 ‘건국 60년 기념사업’에 대해 시민단체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광복회는 훈장반납을 결의하는 등 당시 국론이 분열됐다.

당시의 ‘건국 60년 행사’는 S여대 K교수가 1년 전부터 전직 총리 및 뉴라이트 학자들을 초빙해 ‘건국 60년’ 주제로 진행한 강의록을 묶은 ‘대한민국 건국 60년의 재인식’이 이념적 근거였다. 여기에는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보았으며, 특히 이를 주관한 K교수는 “통일지향적 역사인식이 진보적이 아니고 오히려 반동적이고 퇴행적이다”라는 해괴한 ‘건국사관’을 제기했다. ‘건국사관’의 핵심 논리는 ‘북한의 실체를 부정하고 남한 단독 정부의 성립만을 인정한다는 점이다. 이에 동조하는 시민단체들의 주장 근거도 이에 벗어나지 않는다. 심지어 이들은 ‘개천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건국절이 없는 나라’라고 오도하고 있다. 더구나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1948년 대통령 취임사조차 ‘건국 30년’이라고 명시하여 임정을 계승하였음을 밝힌 반면,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에 이어 임정을 부정한다면 우리 민족 역사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건국절 논쟁에 대하여 역사학회와 역사학계 원로들이 “임정의 법통성과 선열들의 독립운동을 부정하고 친일파를 건국의 주역으로 바꾸는 ‘역사 세탁’이 건국절 주장의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같은 되풀이되는 건국절 논쟁의 원인을 필자는 ‘공부하지 않은 정치인’과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지식인’의 합작품으로 규정한다. 유명한 곡학아세(曲學阿世) 학자는 H대 S교수다. 그가 제안한 ‘충청도 천도론’으로 인해 정부의 요직에 임명받아 출세한 반면 정부의 혼란은 가중화됐다. 또한 ‘건국사관’을 주창한 K교수는 청와대 비서관으로 임명받았다. 이들은 전형적인 곡학아세(曲學阿世) 지식인으로 국가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정치의 목적은 ‘국민의 행복’이 첫째다. 국민들은 경제적인 행복과 더불어 역사·문화적인 정신적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정치의 주요 기능은 대립과 분열을 통합해 공동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있다. 이와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정부가 오히려 국민들에게 정신적·이념적 대립을 조장하고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정상이 아닌다. 이는 전체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정당만을 위한 행위이며, 헌법에 보장한 국민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위반하는 행위로써 비판받는 것이 당연하다. 분단된 현 상태의 건국절 논의는 역사상 백해무익하다.

이일걸 한국간도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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