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형욱 사회문화팀 차장

최근 울산에 지원되는 국가예산과 관련, 희비가 엇갈리는 두가지 소식이 들려왔다. 희소식은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지만 울산시의 2017년도 국가예산반영액이 역대 최대인 2조3159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전년 정부안 반영액과 비교하면 8%가 늘었다. 주력 제조업의 침체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높은 울산의 현실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예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반면 올해 정부추가경정예산에서는 울산전시컨벤션센터 건립 사업비 128억원이 국회에서 최종 삭감처리됐다. 조선업 활성화와 무관한 예산이라는 이유다. 조선해양산업 분야에 특화된 전시컨벤션센터의 조기 건립으로 위기의 울산경제 회복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지역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여기엔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끌며 세계적 경제대국으로 대한민국이 급성장한 기반이자 동력이었던 산업수도 울산에 대한 인식 부족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산업의 역사이자 미래가 될 울산, 더 나아가 국가산업 발전의 지렛대 역할을 할 동기 부여를 모른체 한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립 울산산재모병원과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 건립, 동북아 오일허브 등 대통령 공약사업과 국책사업 등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벽에 막혀 수년째 진척이 없다. 이 과정에서 사업 규모 등이 크게 축소돼 설령 추진된다 하더라도 당초의 목적을 실현하기에 역부족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2013년 서울에 건립할 계획이었던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은 사업비 1조2000억원, 20만㎡ 부지에 관람수요 300만명으로, 세계최대 규모였다. 울산으로 결정되면서 연면적 8만476㎡에 사업비도 4393억원으로 줄었다. 여기서 또 다시 규모를 줄인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립산재모병원도 2018년까지 4296억원을 들여 울산과학기술원에 전체면적 12만8000㎡, 500병상 규모로 건립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제성에 대한 우려에 발목이 잡히면서 현재 사업비 1715억원, 전체면적 4만㎡에 200병상 규모로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업 모두 계획보다 규모가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데다 그마저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조기 추진 가능성도 희망적이지는 않다. 최근 지역 언론과 정치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자 정부와 예타 관련 기관이 지자체에 입조심을 당부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예전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엔 일정마저 연기했다고 하니 정도가 더 심한 듯하다.

이들 시설이나 사업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도시 울산이 한단계 더 성장을 꾀하기 위한 필수사업이자 시설이다. 타 지자체와의 유치전 끝에 울산에 입지가 선정됐음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의 발전을 한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시설이기도 하다. 조선업으로 촉발된 제조업의 위기가 쉽사리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울산과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울산의 위기극복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예산을 이유로 더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성장사 그 중심에는 울산이 항상 함께 했음을 애써 상기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신형욱 사회문화팀 차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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