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탑과 음양오행

▲ 탑이란 원래 탑파(塔婆)를 줄인 말로 ‘스투파(stupa)’ ‘투파’라는 범어를 한자(漢字)로 표기(음역)한 것이다. ‘신골을 봉안해 흙이나 돌로 높이 쌓아 올린 분묘’라는 의미로 인도사회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분묘형식이다.

고대에 중국을 중심으로 싹트게 된 동양철학사상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에까지 많은 영향을 끼쳐왔으며 그 정신세계의 주류는 천인합일사상(天人合一思想)과 음양오행사상(陰陽五行思想)에 있다. 이것의 사상체계는 천지자연의 원리와 법칙에 하늘과 땅과 사람의 상호 감응하는 이치를 통해 천의(天意)를 인간사에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한글을 비롯해 음식, 주거, 의복, 의학, 음악, 놀이문화 등 우리 문화에서 대부분의 뿌리가 음양오행사상에 근거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 부처님의 영혼이 머무르고 있으며 불교신앙의 대상이기도 한 탑에 얽힌 내용과 그 속에 담고 있는 음양오행사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탑이란 원래 탑파(塔婆)를 줄인 말로 ‘스투파(stupa)’ ‘투파’라는 범어를 한자(漢字)로 표기(음역)한 것이다.

그 내용은 ‘신골을 봉안해 흙이나 돌로 높이 쌓아 올린 분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무덤, 묘, 영지가 돼 불교가 등장하기 오래 전부터 인도사회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분묘형식이다.

인도의 전통 분묘형식으로 불상 만들어지기 전 최고의 예배처
하늘에 맞닿은 탑은 천수(天數)로 양수인 홀수로 만들어지고
땅과 맞닿은 기단은 지수(地數)로 음수인 짝수로 음양의 조화

석가모니가 입적하였을 때 다비(火葬, 화장)를 하였고 여덟 말의 사리가 수습되어 여덟 나라에 사리를 나누어 탑을 세우고 부처님 사리를 봉안했는데 이 것을 근본8탑이라 한다.

이후 탑은 일반적인 무덤이나 건축물이 아니라 부처의 진신사리와 경전이 모셔진 성스러운 공간이 됐다.

그래서 고대에서는 불상이 만들어지기 전에 최고의 예배처로 탑이 그 역할을 하였다가 점차 탑 주위에 수행처가 만들어짐으로써 자연스럽게 탑이 수행처(寺刹)안으로 위치하게 되었던 것이다.

처음 인도에서 시작된 탑은 중국, 한국, 일본 등에 전래되면서 각 나라의 특색에 따라 양식과 재료가 다른 탑들이 세워졌다.

우리나라 탑의 형식은 중국, 일본과는 달리 탑의 층수를 홀수로 하고 있으며 수평인 기단은 짝수로 하고 있는데, 이러한 관념은 불교교리나 사상을 근거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대동양의 우주관인 음양의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또한 동양사상의 중심인 주역에서 상수(象數)에 대한 내용을 보면 ‘천일 지이 천삼 지사…천구 지십(天一地二天三地四…天九地十)이니 천수(天數)는 25요 지수(地數)는 30’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즉 주역에서 상수내용은 1, 3, 5, 7, 9는 홀수로서 양수이며 양의 완성수는 9이며 합이 25이다. 2, 4, 6, 8, 10은 짝수로서 음수로 음의 완성 수는 10이며 합이 30이다.

우리나라 탑층을 보면 수직으로 양수인 3, 5, 7, 13층 등 홀수로 만들어져 있으며 탑을 바치고 있는 기단은 평면으로 음수인 4각 아니면 8각의 짝수로 되어 있다.

그래서 탑에는 음양의 조화를 이뤄 하늘은 시간, 땅은 공간, 탑에 계신 부처님의 영혼은 중생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탑의 층수를 홀수인 양수로 택한 것은 짝수인 음수를 배척한다는 의미와 함께 길상 관념의 세계를 담고 있다.

탑의 층수에 사용된 3, 5, 7, 9의 의미와 10층으로 조성된 이유를 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3은 동양의 수리철학(數理哲學)에서 가장 완벽한 숫자로서 동양의 삼재사상(三才思想)인 천지인(天地人)을 표상한다. 3은 ‘모든’ 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최초의 숫자이며 처음과 중간과 끝을 모두 포함한 전체의 의미로도 쓰인다.

3은 1과 2를 더하여 이루어진 숫자로서 1과 2는 각각 양과 음을 뜻하고 있으므로 3은 완전한 수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불교를 구성하는 세 가지 기본요소인 3보(三寶,불 법 승), 즉 부처님, 부처님의 가르침, 스님을 나타내고 있다.

두 번째 5는 소우주로 인간을 나타낸다. 5는 1에서 10에 이르는 중간의 수이다. 5는 천위(天位)의 수(數)라 한다. 5는 오행(목(동), 화(남), 토(중앙), 금(서), 수(북))을 의미하고 있으며, 사방과 중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원과 같이 전체를 나타내고 있다. 불교심장에서는 네 방향과 중심을 합하여 5라는 숫자가 되므로 보편성을 상징한다.

성산(聖山) 수미산(불교의 우주관에서 우주의 중심을 이루는 거대한 산)은 동(東)의 승신주(勝身洲), 서(西)의 우화주(牛貨洲), 남(南)의 섬부주(贍部洲), 북(北)의 구로주(俱盧洲) 등 4대륙에 둘러싸여 있고 아촉여래(동), 보생여래(남), 아미타여래(서), 불공성취여래(북)에 둘러싸여 있는 대일여래(중심)는 보편성을 나타내고 있다.

세 번째 7은 대우주를 나타내는 숫자이다. 천지인(天地人)과 사시(四時)를 상징하고 있다. 다른 의미로는 북두칠성, 칠요(七曜: 해, 달,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를 나타내는 것으로 불교에서 7은 상승의 수로서 지고천(至高天)으로 올라가 중심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처의 칠각(七覺)은 시공을 초월하는 칠천(七天: 야마천, 도솔천, 사천왕천, 낙변화천, 타화자재천, 범중천, 대범천)을 넘어가는 것을 상징한다.

네 번째 9는 강력한 숫자인 3의 거듭제곱(3x3)이고 불후의 숫자이다. 양이 완성된 수로 성취, 달성, 처음과 끝, 전체를 의미하며 지상낙원을 나타내고 가장 높거나 가장 많다는 의미이다.

9는 길상적 상징부호로 사용되기도 한다. 불교에서 9는 지고의 영적인 힘을 상징하며 구천(九天)의 의미가 있다. 구천은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다고 여기는 아홉 개의 천체로 일천(日天), 월천(月天), 화성천(火星天), 수성천(水星天), 목성천(木星天), 금성천(金星天), 토성천(土星天), 항성천(恒星天), 종동천(宗動天)을 말한다.

▲ 김진 김진명리학회장 울산대 평생교육원 외래교수

다섯 번째 10은 음수의 완성이며 모든 수를 포함하고 있다. 모든 사물과 모든 가능성을 상징한다. 홀수 층으로 만들어지는 일반적인 탑의 관례와는 달리 10이라는 짝수로 된 특별한 경우이다. 하지만 이러한 탑도 평면이 ‘亞’자형을 이루고 있는 아래 부분의 3개 층과 일반형 석탑과 같은 방형(方形)으로 된 윗부분의 7개 층으로 구성되어 3과 7의 수를 바탕으로 한 홀수로 만들어진 탑으로 볼 수 있다.

하늘에 맞닿은 탑은 천수(天數)로 양수인 홀수로 만들어지고, 땅과 맞닿은 기단은 지수(地)로 음수인 짝수로 만들어 음과 양이 완전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탑 속의 부처님은 시방삼세(十方三世) 중생(人)과 더불어 천지인(天地人)합일을 하고 있다.

김진 김진명리학회장 울산대 평생교육원 외래교수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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