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 마찰의 파고는 양국의 정치와 안보 현안의 수위 등에 좌우된다는 분석이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의해 제시됐다.

 마크 매닌 CRS 아시아 분석관은 26일 배포한 "한미 경제 관계: 협력과 마찰, 그리고 장래의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양국 통상 마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미국의 대한 무역 적자 규모 ▲미국의 경제 상황 ▲한국의 경제 개혁 실적과 함께 쌍무 통상 문제에 우선하는 양국의 정치·안보 현안들을 꼽았다.

 그는 지난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약 3년 동안 한국의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추느라 양국의 통상 마찰이 부각되지 않았으나 미국의 대한 무역 적자 누증과 국내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2000년 봄부터는 다시 긴장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 및 북미 관계가 여러 달째 교착 상태에 빠져 미국이 통상 문제로 남북 협상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을 우려할 필요가 없었던 것도 양국 통상 마찰 완화에 한몫 했으며 미국측 요구로 양국이 지난해 초부터 분기별로 갖고 있는 실무 협의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당분간 경제 현안들의 우선 순위가 다시 뒷전으로 밀려날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도 대북 정책 공조를 주로 다뤘을 뿐 자동차와 유전자 변형 식품, 철강 등 일부 현안을 제외하고는 경제가 거의 도외시된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미국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로 한국 철강 업계가 큰 타격을 받겠지만 포항제철의 미국 내 합작 자회사 수출분 등 많은 품목이 제외됐으므로 치명타는 아니라고 분석하고 양국의 통상 현안 분야로 ▲자동차 ▲철강 ▲하이닉스 ▲지적재산권 ▲의약품 ▲농산물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지목했다.

 한편 매닌 분석관은 지난해 9월 상원의 요청으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실시한 분석 결과를 인용, 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 4년 후에 한국은 0.7% 포인트, 미국은 0.2% 포인트의 경제 성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워싱턴= [연합]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