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기술·설계기술 확보 급선무
미래 신동력산업 경쟁력 확보

▲ 김춘생 전 울산시의회 부의장

우리나라 총 생산액 가운데 14%를 차지하는 기업이 바로 삼성전자다. 그런데 지난해 삼성전자가 모바일D램 증설을 위해 투입한 공사비가 총 15조원이었지만 그중 12조원이 반도체 장비대금이며 핵심설비는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에서 도입했으며 반도체 장비 외에 원천기술이 필요한 소재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공급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역사가 미천함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세계최고의 반도체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무척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소재 및 장비의 핵심기술은 선진국의 30%의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우리의 노동력으로 장비와 핵심소재를 판매하는 기술선진국들을 먹여 살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사업비 2조5000억원이 투입된 인천대교와 영종도공항대교 공사는 비록 국내 건설업체가 시공했지만 자재비와 시공비를 합쳐 1조4000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설계와 디자인 등 엔지니어링 분야를 맡은 영국의 엔지니어링 회사는 설계비용 즉 머리(두뇌)만으로 1조1000억원을 번 것으로 나타났는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번다’ 는 속담이 바로 여기에 가장 적합한 속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상 최악의 선박 수주로 경영위기에 직면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3사의 적자배경 또한 잦은 설계변경과 공정지연에 따른 비용증가가 주요원인이며 이와 같은 현상은 기본설계 및 엔지니어링의 역량부족 때문에 초래된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난 2006년 11월 당시 정세균 산업자원부장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및 동일일렉트로닉스 업체의 사장들과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오랫동안 일등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을 50%가량 높이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그 후 민관합동으로 추진하던 반도체 국산화사업이 유야무야되었으며 지금은 반도체 국산화율에 대한 통계 자료조차 없다고 하는데 국가의 미래가 좌우되는 신동력사업을 이처럼 방치한 이유가 무엇이며 이 사업보다 더 중요한 산업자원부의 업무가 무엇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머리가 둔하면 손발이 고생한다’ ‘죽쑤어 개주기’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번다’라는 속담이 있지만 미래 신동력사업에 대한 원천기술과 첨단소재들을 우리가 확보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는 몸으로 때우는 일도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인건비가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비싸기 때문이다.

비록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머리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정부와 기업 학계전문가와 교육부가 머리를 맞대고 선진국들이 이미 시작한 미래 신동력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설립해 세계 최첨단 공장과 최고의 건축물도 우리 두뇌로 짓고 로열티도 받을 수 있는 기술력의 확보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 시행에 옮겨야 한다.

지금 우리처럼 우리 후손들이 먼 이국의 공사현장을 누비며 몸으로 때워 먹거리를 확보하는 일을 없애기 위해서 말이다. 또 우리가 머리로 돈을 벌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원천기술과 설계기술 부족 때문인데 이를 해소할 방법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 세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방치하는 직무유기와 다름없는 범죄행위라고 해도 결코 지나친 표현은 아니라 생각된다. 더불어 헤쳐 나갈 길이 보이는데 그 길을 개척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가와 후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김춘생 전 울산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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