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별 맞춤형 안전보건 전략을
경영진부터 솔선수범 실행한다면
안전사고 발생률 대폭 낮출 수 있어

▲ 박현철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경영학 박사

지금은 이름이 낯설 수도 있지만 동명목재라는 기업이 있었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베이비부머’들은 어릴 적부터 이 이름을 들으면서 자랐을 것이다. 1925년에 동명제재소로 설립되어, 1965년에는 국내 매출액 1위(당시 50억원/년)로 급성장하여 한 때는 세계 최대합판 제조업체였다. 사업장에는 수천 명의 근로자들이 원목을 다듬는 작업을 했었는데 포름알데히드 등의 유해성분을 포함하는 접착제가 아무런 통제없이 작업장에 널려 있었다. 당시는 어려운 시절이라 작업환경이나 안전은 고려되지 못했고 ‘수출의 역군’이라는 자부심으로 일만 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와서 공장에서 사용하는 접착제가 발암물질이라는 것이 알려지고 안전사고도 잇따라 발생하자 근로자들도 기업에 보상을 요구하기 이르렀다. 이에 노사 간의 불신은 점점 커졌고 결국은 당시 세계시장의 원목가격이 급등하여 채산성까지 나빠지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경영혁신에 실패하여 1980년에 파산했다. 안전보건사고가 계속되면 근로자는 물론이고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아 결국 기업이 망한다는 교훈을 준다. 이 위험에는 어느 기업도 자유로울 수 없다.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기업은 거의 없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1200만종의 화학물질이 존재하며 매년 2000여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개발, 상품화되고 있다. 우리의 의복을 비롯한 사무실과 가정에서 누구나 사용하는 일상생활 속의 자재들도 약 80%가 화학물질을 가공하여 만든 것이다. 이 화학제품을 통해 우리 생활이 윤택해지고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화학물질을 흡입, 접촉 또는 섭취하는 경우 대부분 몸에 해롭다. 이들의 취급에 산업안전보건법, 화관법, 화평법, 형법 등 엄격한 법들로 규제를 하고 있으므로, 기업은 모든 작업 및 설비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모든 측면의 위험성을 평가하여 차별화전략의 일환으로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가야만 한다.

사실 기업가는 생산활동을 통해 부가가치 창출은 물론이고 고용을 통해 인간욕구 중 첫 단계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세간에는 기업의 나쁘고 자극적인 부분이 더 많이 알려지다 보니 범죄자로 보는 풍조까지 있다. 기업가와 임직원들은 회사발전을 위해,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다 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선진화하고 노력해도 이 세상 어디에도 안전보건이 완벽한 국가는 없고, 완전한 기업도 없다. 근로자가 불안전한 행동을 하거나 설비가 조금이라도 불안전하여 사고가 발생하면 바로 가동정지, 처벌, 이미지 손상 등을 받게 된다. 반(反)기업 심리와 정서 속에 수많은 점검과 규제로 기업을 감시하는 조직들 앞에 기업가와 임직원들은 안전보건사고가 날까 마음을 졸이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생활에서 안전보건 규제는 매우 느슨하다.

안전보건경영을 체계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KOSHA-18001과 같은 안전보건경영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특히 이 시스템을 각 기업의 사업분야에 맞게 발전시켜 모든 임직원들이 실행한다면 산업 내에서 확실한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일자리’와 함께 ‘안전보건’이 우리의 영원한 화두가 될 것이다. 안전보건경영을 경쟁전략 중 차별화전략으로 활용하고 각 사업장에서 사장, 공장장이 행동으로 리더십을 발휘하여 안전보건경영을 해야 한다. 그러면 그것을 바라보는 근로자들이 혁신조직문화를 형성하여 사업장에 있는 위험들을 지속적으로 발굴, 제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변해야 산다.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안전보건을 사업맞춤형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안전보건사고의 발생확률을 극한으로 낮추어 나가야 할 때다.

박현철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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