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제경쟁부문-알피니즘 영화 2選

▲ 영화 ‘K2: 보이지 않는 걸음’

알피니즘이란 무엇인가. 어원은 알프스를 오르는, 즉 ‘눈이 뒤덮인 고산을 등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단순한 고산등반이라는 정의를 벗어나 등정 자체 그리고 등반 과정을 중요시하는 윤리적 태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세상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를 포함해 8000m가 넘는 고산들은 거의 다 최초 등반을 의미하는 초등이 완료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불타는 산악인들은 오늘도 극한의 추위와 육체적 한계와 싸워가며 산을 오르고 또 오른다.

‘유렉’…세계 두 번째 히말라야 14좌 완등 쿠쿠츠카 이야기
‘K2: 보이지 않는 걸음’…K2 등반 파키스탄 포터들 재조명

 

 

첫 번째 영화는 파벨 비소크잔스키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유렉’이다.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라인홀트 메스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히말라야의 14좌를 완등한 폴란드의 산악인 예지 쿠쿠츠카의 경우는 다르다.

비록 첫 번째라는 타이틀은 가지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등반을 새로운 루트 혹은 하계 등반보다 몇 배나 힘든 동계 등반으로 완성해냈기에 산악계에서 특별히 높게 평가되는 전설적인 산악인이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유렉은 예지 쿠쿠츠카의 애칭이다. 가난한 노동자 출신인 쿠쿠츠카가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해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되어가는 과정과 이를 받아들이는 국가와 가족, 동료들의 모습이 매끄럽게 편집돼 있다. 1987년 로체의 남벽 도전 중 추락사할 때까지 41년이라는 짧은 생을 불꽃처럼 살다간 쿠쿠츠카의 치열한 등반인생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 영화 ‘유렉’

‘K2: 보이지 않는 걸음’은 한국계 브라질인 이아라 리 감독이 연출했다. 이아라 리 감독은 영화 제작자이자 사회운동가로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예술가들과 함께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다. K2는 해발 8611m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자 가장 많은 산악인의 목숨을 앗아간 악명 높은 산이다. 그래서 K2를 등반했거나 사고를 당한 산악인을 주인공으로 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가 많다. 하지만 ‘K2: 보이지 않는 걸음’은 조금 다르다.

▲ 최선희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

산악인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게 아니라 파키스탄의 포터들을 조명하고 있다. 그들은 40kg이 넘는 등짐을 지고, 제대로 된 등산화도 없이 슬리퍼를 신은 채 베이스캠프까지 걸어서 무거운 짐을 옮긴다. 영상 속에는 등반가들의 편의를 위해 캠프를 설치하고, 물을 긷고, 식사를 준비하는 포터들의 일상도 담겨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빙하를 거슬러 무거운 걸음을 옮기는 포터. 이들이 없는 고산등반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들의 ‘보이지 않는’ 발걸음에 처음으로 카메라를 들이댄 의미있는 작품이다.

두 작품을 연출한 두 명의 감독들은 이번 영화제 기간 울주영남알프스를 찾게 된다.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최선희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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