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모험과 탐험, 자연과 사람

▲ 영화 ‘스토리 오브 안나푸르나’의 한 장면.

오늘 소개할 국제경쟁부문 상영작은 두 편이다. 앞서 소개한 클라이밍과 알피니즘 영화와는 느낌이 조금 다른 영화들이다. 등반과정을 직접 다룬 영화 이외에도 산과 자연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도 보여준다.

패러글라이딩, 스키, 카약 등 산악 스포츠 및 스릴 넘치는 모험과 그리고 가슴 설레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모험과 탐험’ 섹션에서 소개되고, 산 그리고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영화들은 ‘자연과 사람’ 섹션에서 상영된다.

스토리 오브 안나푸르나…제주도민 안나의 한라산 알리기
이클립스…인생 사진 찍기 위해 북극에 간 촬영팀의 일화

첫 영화는 한국영화 ‘스토리 오브 안나푸르나’다. 산의 기운을 듬뿍 받으며 제주도와 히말라야를 오가는 안나 씨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해발 8000미터가 넘는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와 2000미터가 채 안 되는 제주도의 한라산. 어떤 연유로 두 산이 한 영화 속에 담기게 됐을까. 안나푸르나가 좋아서 자신의 가명을 안나로 지은 주인공은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산, 바다, 여행을 즐기는 안나에게 제주도는 딱 맞는 땅이다.

▲ 영화 ‘이클립스’의 한 장면.

제주도, 특히 한라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안나는 한라산 알리기 프로젝트를 위해 히말라야로 떠난다. 안나의 구호에 맞춰 ‘웰컴 투 한라산’을 기꺼이 외치는 외국인 트래커들. 이들이 안나푸르나를 찾은 이유는 모두 다 다르다. 산이 아름다워서, 산의 기운을 받고 싶어서,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아서 등. 이유는 다르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행복해 보인다.

산이 좋아 산 밑에 살며 그 산을 널리 알리고자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산을 찾은 안나와 닮아있다. 산과 자연 그리고 사람에 대한 주인공의 순수하고 진솔한 사랑이 바이스러스처럼 전염되는 행복한 영화다.

▲ 최선희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

다음 영화는 광활한 북극에서의 캠핑, 깎아지른 듯이 수직으로 솟은 설산에서의 스키, 그리고 달그림자가 해를 완벽히 가리는 개기일식의 순간을 뛰어난 촬영기술과 재치 넘치는 편집으로 완성해 낸 ‘이클립스’다. 평생에 한번 포착 가능하다는 완벽한 개기일식의 순간, 인생 사진을 찍겠다는 일념으로 전문 스키어들을 모아 한 겨울에 무작정 북극으로 향한 촬영팀의 일화를 볼 수 있다. 개기 일식이 끝나기 전 태양의 실루엣 가운데로 지나가는 스키어를 찍기 위해 그 찰나의 순간을 기다리며 추위 속에서의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 모든 시간을 보상하고도 남을 일생의 샷은 과연 어떤 감동을 전해줄까. 관람객이라면 숨 막히도록 환상적인 그 순간을 함께 만끽할 수 있다.

최선희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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