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모험과 탐험, 자연과 사람
오늘 소개할 국제경쟁부문 상영작은 두 편이다. 앞서 소개한 클라이밍과 알피니즘 영화와는 느낌이 조금 다른 영화들이다. 등반과정을 직접 다룬 영화 이외에도 산과 자연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도 보여준다.
패러글라이딩, 스키, 카약 등 산악 스포츠 및 스릴 넘치는 모험과 그리고 가슴 설레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모험과 탐험’ 섹션에서 소개되고, 산 그리고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영화들은 ‘자연과 사람’ 섹션에서 상영된다.
스토리 오브 안나푸르나…제주도민 안나의 한라산 알리기
이클립스…인생 사진 찍기 위해 북극에 간 촬영팀의 일화
첫 영화는 한국영화 ‘스토리 오브 안나푸르나’다. 산의 기운을 듬뿍 받으며 제주도와 히말라야를 오가는 안나 씨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해발 8000미터가 넘는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와 2000미터가 채 안 되는 제주도의 한라산. 어떤 연유로 두 산이 한 영화 속에 담기게 됐을까. 안나푸르나가 좋아서 자신의 가명을 안나로 지은 주인공은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산, 바다, 여행을 즐기는 안나에게 제주도는 딱 맞는 땅이다.
제주도, 특히 한라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안나는 한라산 알리기 프로젝트를 위해 히말라야로 떠난다. 안나의 구호에 맞춰 ‘웰컴 투 한라산’을 기꺼이 외치는 외국인 트래커들. 이들이 안나푸르나를 찾은 이유는 모두 다 다르다. 산이 아름다워서, 산의 기운을 받고 싶어서,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아서 등. 이유는 다르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행복해 보인다.
산이 좋아 산 밑에 살며 그 산을 널리 알리고자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산을 찾은 안나와 닮아있다. 산과 자연 그리고 사람에 대한 주인공의 순수하고 진솔한 사랑이 바이스러스처럼 전염되는 행복한 영화다.
다음 영화는 광활한 북극에서의 캠핑, 깎아지른 듯이 수직으로 솟은 설산에서의 스키, 그리고 달그림자가 해를 완벽히 가리는 개기일식의 순간을 뛰어난 촬영기술과 재치 넘치는 편집으로 완성해 낸 ‘이클립스’다. 평생에 한번 포착 가능하다는 완벽한 개기일식의 순간, 인생 사진을 찍겠다는 일념으로 전문 스키어들을 모아 한 겨울에 무작정 북극으로 향한 촬영팀의 일화를 볼 수 있다. 개기 일식이 끝나기 전 태양의 실루엣 가운데로 지나가는 스키어를 찍기 위해 그 찰나의 순간을 기다리며 추위 속에서의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 모든 시간을 보상하고도 남을 일생의 샷은 과연 어떤 감동을 전해줄까. 관람객이라면 숨 막히도록 환상적인 그 순간을 함께 만끽할 수 있다.
최선희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