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 사회문화팀

9월까지 이어진 더위로 가장 걱정이 많았던 곳은 ‘학교’였다. 올 여름 울산에서만 학교 집단 식중독이 2건 발생했고, 전국적으로도 8월에만 14곳의 학교에서 수백명의 학생들이 식중독 의심증세를 호소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교육부는 지난 2일 긴급회의를 열고 당분간 가열된 음식만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비가열 식품의 경우 조리 방법과 식단을 변경하도록 했다.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아예 ‘생채소’와 같은 음식을 학생들에게 주지 말라는 것이었다.

갑작스런 식단 변경에 일선 학교는 혼란에 빠졌다. 보통 9월 식단은 8월 하순께 마무리되고, 한달치 식재료에 대한 입찰도 끝나 납품업체 측에서 물량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물량을 납품해야겠다는 업체와 안된다는 영양교사 사이의 실랑이는 물론이며, 마땅히 대체할 식재료가 없어 생채소나 과일이 빠진 경우 ‘부실식단 아니냐’는 항의까지 지난주 급식시간은 내내 시끄러웠다.

지난주 울산의 한 학교의 식단은 ‘냉면’이었지만 이를 빼고 된장국으로 대체하자 학생들이 ‘환불해달라’고 항의했다는 얘기마저 들려왔다.

울산의 한 영양교사는 “업체에 식재료를 취소하려면 최소 3~4일의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 지난주 내내 고생했다”며 “교육부의 이같은 대책이 언제 종료될지 알 수 없고 기약도 없어 그저 날씨가 추워지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대책을 보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말이 떠올랐다. 9월까지 이어지는 늦더위는 6~7월부터 예견돼 있었고, 지난해 ‘불량김치’가 학교 급식에 납품된 사건 이후 안전한 식재료를 공급해야 한다는 교훈은 배울 만큼 배웠다.

다행히 추석 전에 비가 내려 낮 최고기온이 떨어지고는 있다. 식중독이 날씨 때문이 아니라 보건당국과 교육부, 시교육청, 학교의 체계적인 관리로 줄어들길 기대해본다.

김은정 사회문화팀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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