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윷놀이와 음양오행

 

윷놀이는 우리나라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놀이로서 주로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날까지 행하여졌다. 그 유래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마을에서는 농사의 풍흉을 점치고 개인적으로는 한해의 길흉을 알아보는 점술도구로 시작되어 중세를 거쳐 근대로 이어지면서 놀이로 변하게 되었다.

중앙의 천원·동서남북 네 귀外 24개 말밭은 24절기 의미
주역 안에 등장하는 태극·음양·사상·오행·팔괘·64괘 등
윷놀이라는 소우주에 만물의 운행원리가 모두 들어있어

윷놀이에 관한 구체적인 기록은 고려 말 이색의 <목은집 牧隱集>에서 볼 수 있으며 이후 서적으로는 조선시대의 우주론을 담고 있는 <사도설<柶圖說)>(윷판을 ‘사도’라고 함, 그래서 윷놀이를 척사대회(擲柶大會)라고도 함)이 있다. 이것은 우주의 모양을 국자 또는 숟가락(柶) 비슷한 것으로 이해하려고 했던 김문표(金文豹, 1568~1608)가 주장한 것으로서 윷은 도(道)를 아는 사람의 작품이라고 하며 하늘은 둥글고 땅은 평평하다는 개천설(蓋天說, 고대 중국 주나라 때의 우주관)에서 연유한 천원지방(天圓地方,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짐)의 천문사상에 음양오행설을 더한 것이다.

하늘은 국자의 바깥, 즉 둥근 부분에 해당되고 땅은 그 안 부분의 네모난 모양을 하고 있다고 여겼다.

즉 윷판은 하늘과 땅을 포함한 소우주로 볼 수 있다. 그것의 전체적인 그림은 큰 원이 하늘을 뜻하고 십자(+)는 동서남북인 4방위를 지닌 땅을 의미하며 여기에 4개의 삼각형이 원과 방을 이루어 하늘(○), 땅(□), 인간(△)의 삼신일체 원리를 나타낸다. 북두칠성의 정중앙에 있는 북극성(柶星)을 중심으로 28수가 7개씩 사방(4×7)으로 나누어 진 것은 4계절과 4방위를 따라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윷판에서 중앙은 천원(天元)으로 우주만물은 주재자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윷판의 방(천원)을 거치는 말밭을 운용하게 되면 가장 빠르게 갈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멀리 우회하게 된다.

윷판에 있는 29개의 점에서 천원점이라는 중앙에 있는 점을 제외하면 28개의 별자리가 된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칠성신앙(七星信仰)과 관련이 있으며 북두칠성이 인간의 운명을 관장한다는 사상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달이 천구(天球)상에서 28일 만에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기준으로 하늘을 28분위로 나눈 것이다. 또 황도(태양의 경로)를 가리키기도 하여 우주원리에 따라 동지에서 시작하여 춘분, 추분, 하지를 표현하기도 한다.

둥근 하늘을 중심으로 28수를 비롯한 많은 성좌들이 북극성(자미)을 둘러싸고 있으며 태양의 운행이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순환과 관련하여 절기의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중앙에 천원과 동서남북 네 귀를 빼면 24개의 말밭이 남는데 이것은 24절기를 의미한다.

윷판에 적용되는 태양력 24절기를 보면, 북에서 떠난 말이 동을 거쳐 가운데로 들어왔다가 다시 북으로 나오는 것은(가장 짧은 거리로 북은 태양이 가장 짧게 뜨는 날) 동지(冬至)의 태양궤도 그대로이다. 북에서 떠난 말이 동과 중앙을 지나 다시 서를 거쳐 북으로 나오는 것은(태양이 밤과 균형을 맞춰 뜨는 시기로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춘분(春分)의 태양궤도이다. 북에서 떠난 말이 동, 남, 서를 거쳐 북으로 되돌아 나오는 것은(태양이 가장 길게 뜨는 날) 하지(夏至)의 태양궤도이다. 북에서 떠난 말이 동, 남을 지나 북으로 나오는 것은 (태양이 밤과 균형을 맞춰 뜨는 시기로 밤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추분(秋分)의 태양궤도이다.

한편 윷놀이에 있는 주역사상을 보면, 윷의 원재료인 박달나무는 우주의 본체라 할 수 있는 태극(太極)을 뜻하고 그 것을 쪼개면 음양(陰陽 앞면과 뒷면)의 윷가락이 된다.

윷놀이의 세 가지 구성요소인 윷판과 윷 그리고 말은 동양의 삼재사상인 천지인을 뜻하며 동시에 우리선조들 고유의 삼신(三神)사상을 의미하고 있다.

앞(陽)과 뒤(陰)를 기본으로 둥근 나무토막 넷이 엎어지거나 젖혀지게 한 것은 음양을 나타낸다. 네 개의 말은 사상(四象)을 뜻하면서 동시에 사시(四時)를 가리키고 윷가락의 앞뒷면을 합치면 8개로 팔괘(八卦)가 된다. 또한 도(1밭), 개(2밭), 걸(3밭), 윷(4밭), 모(5밭)로 이루어진 것은 오행을 표현하고 있으며 동물로는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을 나타낸다.

윷에 얽힌 동물들의 유래는 고대국가인 부여국의 관직명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즉 부여엔 왕 외에 마가(馬加), 우가(牛加), 구가(狗加), 저가(猪加) 등의 족장이 나라를 다스렸는데 윷놀이에서는 여기에다 양가(羊加)를 더한 것이다.

우리말 의미로 도 개 걸 윷 모를 살펴보면 ‘도’는 처음을 말하는 것으로 죽음에 이른 사람이 돌아가셨다는 말이다. ‘도’는 해가 솟아오르는 이른 아침의 시각이며 ‘개’는 아침과 정오시간 사이에 해가 개였다는 밝은 시간을 말한다. ‘걸’은 정오를 말하고 크다는 의미와 가운데라는 의미가 있으며, ‘윷’은 ‘걸’ 위의 시각을 나타내는 말이다. ‘모’는 모퉁이, 모서리와 같이 해가 지는 시각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도 개 걸 윷 모는 말이 하루해를 지나는 것을 의미하고 있으며 낮의 시각을 다섯으로 나누고 있다.

한편 4개의 윷말이 나타내는 변화(8×8=64)는 역의 64괘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처럼 윷놀이 안에는 주역에 등장하는 태극, 음양, 사상, 오행, 팔괘, 64괘 등 우주만물의 운행원리가 모두 들어있다.

이것은 곧 윷이라는 소우주에서 한해의 풍흉과 길흉을 예측하는 것으로, 농사나 신수를 점치는 예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

▲ 김진 김진명리학회장 울산대 평생교육원 외래교수

윷점은 윷을 세 번 던져 나온 끗수를 주역의 64괘와 연결하고 각각의 괘에 있는 점사를 보고 한해의 길흉을 점치는 것이다. 18세기말 유득공이 지은 <경도잡지(京都雜誌)>에서 원일(元日), 즉 설날 풍속을 소개하고 이날 노는 윷에 대해 그 구조와 방법 등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윷점은 정월대보름날 밤에 쳐야 가장 잘 들어맞는다고 여겼는데 이것은 달을 신격시했던 우리민족의 샤머니즘 사상에 근본을 두고 있다.

농경사회에서 농사의 흉풍은 삶과 직결되는 것으로 농한기인 겨울철에도 세시풍속을 통해 풍년을 기원했으며 정월 윷놀이는 지연, 혈연 집단을 통합하는 역할도 하였다.

윷판은 우주 천체도(天體圖)를 축소시킨 것으로 하늘의 시간과 지상의 공간 그리고 사람들의 합일을 내포하고 있으며 인생사와 관련된 희로애락의 모든 이치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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