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김영란법과 추석선물 보내기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명절이 가까워지면 또 다른 고민이 명절 선물이다. 형편은 빠듯하지만 신세 진 사람들을 모른 척 하기는 쉽지가 않다. 큰마음을 먹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선물코너에 들러 마땅한 선물이 있나 며칠에 걸쳐 고르고 골라 본다. 막상 보내려고 하면 너무 과한 것은 아닌지, 보냈다가 욕을 먹지나 않을지 고민도 해보았을 것이다.

호텔에서도 이 무렵이면 특별히 명절선물을 판매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호텔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비쌀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호텔도 고객이 선호하는 기준과 눈높이에 맞춰 선물을 구성하기 때문에 찾는 고객이 꽤 있다.

매년 명절선물 판매하다보면
배달사고로 다양한 상황 겪기도
김영란법 시행 앞두고
분위기 어수선하지만
모두에게 희망찬 한가위 기대

선물을 팔다 보면 본의 아니게 고객 불편사항들을 접수하게 된다. 가끔 배달사고가 발생하면 수습하는데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생긴다. 주소가 달라 택배기사들이 며칠을 실온에서 방치한 고기를 못 먹게 되는 경우도 있다. 배달시간에 받을 사람이 없어 핑퐁게임 하듯 이리저리 옮겨지면서 공중으로 사리지기도 한다. 심지어 배송지를 잘못 적어 전달이 안 되거나 같은 선물이 2개씩 배달되기도 한다. 고객이 선물을 거절하는 경우 중간에서 입장이 곤란한 상황도 겪어보았다.

최근 국회에서 이른바 ‘김영란법’이 통과되었다. 이 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지만 제안자의 이름을 따서 부르는 말이다. 2010년 스폰서 검사,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을 계기로 만든 법이다. 기존의 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공직자들의 비리를 막기 위해서다.

적용대상이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원이 넘는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단체로 식사대접을 받았을 경우 1인당 접대비용은 n분의 1로 상한 여부를 따진다. 선물 금액은 5만원 이내로, 경조사비 상한액은 10만원 이내로 각각 제한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패유혹에 빠질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법의 범위에서 일부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수많은 이권과 청탁에 간여할 가능성이 가장 농후하고 언제든지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중심에 서 있다. 그런데도 협상과정에서 수많은 수정을 거쳐 대상범위가 엉뚱하게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으로 포괄되고 국회의원은 부분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든채 확정됐다. 그 법이 9월28일부로 시행된다고 한다.

그들을 믿고 뽑아준 축산업 종사자들과 과수농가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을 것이다. 농사로 목돈을 마련해 자식들의 대학 등록금도 내고 빚도 일부 갚으려던 사람들이다. 고급 레스토랑은 메뉴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고, ‘란파라치’ 학원까지 생길 정도로 벌써부터 난리를 친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식당마다 장사가 안 돼 문 닫는 집이 수두룩한데 이 법의 취지는 좋지만 자영업자의 목을 죄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불과 이틀 뒤면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하듯, 모두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1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을 보면서 나쁜 마음은 떨쳐내고 소원 하나쯤은 빌어 보았으면 한다. 리우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금메달의 주인공 박상영 선수처럼 ‘할 수 있다’를 되뇌며….

오늘은 추석 때 남는 고기와 찜 생선을 활용한 요리를 소개드리려 한다.

 

●오늘의 별미 메뉴- 삼겹살과 산적 돈배기 조림 깻잎쌈

◇재료

통 삼겹살 1개, 돈배고기 1개, 물 800㎖, 간장 90㎖, 청주(소주) 60㎖, 설탕 45g, 노두유(캐러멜 소스) 1스푼, 대파 1개, 생강 2분의 1개, 마늘 4개, 팔각 2개, 통 후추, 베트남 고추(땡초) 1개, 깻잎 10장, 상추 10장.

◇만드는 법

● 명절에 쓰고 남은 삼겹살과 돈배고기는 노두유를 골고루 바른 뒤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갈색이 나게 구워 식힌 다음 삼겹살은 두껍게 썰어 둔다.

● 대파, 마늘, 생강, 고추, 팔각을 넣고 볶아 향을 낸 다음 육수, 간장, 청주, 설탕을 넣고 40분 정도 조린 다음 삼겹살이 부드럽게 익혀지면 건져낸다.

● 돈배고기도 조림 소스에 넣고 20분 정도 조린다.

● 조림소스는 따로 깨끗하게 걸러 전분으로 농도를 맞춘다.

● 접시에 명절에 사용한 콩나물, 도라지, 고사리를 살짝 볶은 다음 접시 가운데 가지런히 놓고 삼겹살과 돈배고기를 깔고 소스를 고기에 뿌린다.

● 상추와 깻잎은 깨끗이 씻어 나물과 고기에 싸서 드시면 명절음식 재활용으로 안성맞춤일 것 같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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