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해가 되지 않고자 빨리 치고 싶었다…정말 홀가분해”
“은퇴까지 1년, 이승엽은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한 선수’로 기억되고파“

▲ 14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2회말 무사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삼성 이승엽이 한일통산 600홈런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엽(40·삼성 라이온즈)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경기장에 들어섰다.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 가장 먼저 ’출근‘한 선수가 이승엽이었다. 전날 한화 이글스와 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에 그친 이승엽은 ’왜 안 될까‘를 고민했고 일찌감치 경기장으로 나와 개인 훈련을 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훈련을 모두 마친 뒤에도 실내 훈련장에서 배트를 휘둘렀다. 이런 노력 끝에 ”타격감이 좋다“는 느낌이 왔다.

이날 첫 타석, 2회말 주자 없는 상황에서 한화 우완 이재우와 맞선 이승엽은 시속 130㎞ 포크볼을 받아쳤다. 타구는 오른쪽 담을 넘어갔다.

이승엽이 한국프로야구와 일본 1군에서 친 600번째 홈런이었다.

모두가 기대했기에, 부담됐던 대기록을 완성한 이승엽은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13일과 14일은 이승엽의 야구 인생의 압축판이었다.

한국 야구팬들은 이승엽을 주목했고, 그의 홈런을 기대했다. 이승엽은 부담감에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지만 ’진정한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신념 속에 자신을 다그치고 또 다그쳤다.

그는 이제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만큼 힘들었기에 이승엽은 누구도 범접할 수 대기록을 완성했다.

다음은 이승엽과 일문일답.

-- 드디어 한·일 통산 600홈런을 채웠다.
▲ 나는 별로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주위에서 정말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다. 되도록 빨리 쳐야 팀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제(13일 한화전) 5타수 무안타에 그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오늘 일찍 나와서 훈련하고, 경기 직전에도 실내 훈련장에서 타격을 해보니 ’감이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꼭 칠 것 같았다. 정말 홀가분하다.
-- 2회말 홈런 상황을 떠올려보면.
▲ 아주 좋았다. 내가 원하는 풀 스윙을 했다. 타격하고서 1루로 뛰지 않은 것도 홈런을 직감해서다.
-- 세리머니는 하지 않았다.
▲ 그게 내 스타일이다. 실제로 많이 기뻐했다.
-- 최근 삼성 경기에는 오른쪽 외야석이 가득 찼다. 어떤 기분이었다.
▲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아직도 ’내 홈런이 영향력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후배들이 나를 제치고 더 훌륭한 선수가 돼야 한다는 믿음이 강해졌다. 좋은 선수가 많이 나와야 야구 붐이 일어난다.
-- 7회 결승타도 쳤다.
▲ 예전에는 내가 기록을 세운 날 팀이 이긴 적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KBO리그 개인 통산 타점 기록을 세운 날(8월 24일 SK 와이번스전), 2천 안타를 달성한 날(7일 케이티 위즈전) 모두 패해 마음이 무거웠다. 좋은 기록을 세운 날, 팀이 이기고 내가 결승타를 쳐 더 기분이 좋다.
-- 경기 중 한화 선수들이 도열해 축하 인사를 했는데.
▲ 냉정하게 말하면 내가 ’적‘인데도 김성근 감독님과 선수들이 더그아웃 앞으로 나와 도열하고 박수를 쳐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사실 이럴 때는 기록을 세운 상대에게 호의적이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정말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해주셨다. 특히 제가 존경하고, 일본(2005년 지바롯데 마린스)에서 함께 생활한 김성근 감독님께서 축하를 해주셔서 영광이었다. 힘든 시기에 김성근 감독님과 생활하면서 내 야구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 일본에 가지 않았다면 더 많은 홈런을 쳤을 텐데.
▲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일본에 가지 않았으면 어느 정도 성적을 거뒀을 것이라고 계산을 하긴 하는데, 지금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게 내 성적이다.
-- 달성하고 싶은 기록이 남아 있는가.
▲ 더는 없다. 600홈런이 마지막이다.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여기까지 왔다. 야구 선수로 사는 게 힘들 때가 많았다. 이제는 개인 기록을 신경 쓰지 않고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타석에 서고 싶다. 은퇴할 때까지 부상 없이 경기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모든 팬들께서 ’이승엽이라는 선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최선을 다했구나‘라고 생각하기면 가벼운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 내년 시즌 종료 뒤 은퇴를 선언했다. 아직 경쟁력이 있는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다.
▲ 나도 내가 경쟁력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너무 오래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젠 정말 나를 뛰어넘는 후배들이 나와야 한다. 이제 내 현역 생활은 1년 남았다. 지금부터 은퇴 후 생활을 준비해도 늦을 수 있다. 1년 동안 고민하면서 은퇴 후 삶을 고민하겠다. 그동안 나를 지켜봐 준 아버지(이춘광 씨)와 아내(이송정 씨), 두 아들(은협, 은엽)에게 정말 고맙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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