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영진 사회문화팀 차장

울산중구문화의전당 초대관장이 지난 달 중도 낙마했다. 임기 2년을 만료하고 그만 둔 것이니 중도 낙마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엄밀히 살피면 그렇지 않다. 개병형 직위의 임기는 5년이다. 중구문화의전당 관장의 경우 초창기 2년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향후 3년 간의 재계약이 더 이뤄진다. 사실 수도권과 지역문화에 대한 이해 충돌, 기존 공무 조직과의 마찰 등 재임기간 불거진 각종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중구는 그대로 임기만료를 통보했고, 그로부터 한달 뒤인 이번 달 곧바로 신임 관장에 대한 전형을 진행했다.

혹자는 이에 대해 지역 복합문화예술기관으로서 처음 시도한 개방형 직위 체제가 사실상 실패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번 신임 관장 전형에서는 아마도 이러저러한 내부 사정을 꿰 찬, 지역 인사가 후임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하지만 추석연휴 직전에 발표된 전형 결과는 예측을 빗나갔다. 최종 합격자는 지역 예술계의 예상과 달리 또다시 울산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외지 전문가의 몫이었다. 합격자는 젊은 시절 첼로를 전공한 음악인이었고, 20여년 전부터는 대전문화예술회관과 청주문화예술회관, 수원문화재단 등에서 각종 기획사업을 담당하며 문화예술 행정가로 활동했다고 한다. 그는 신원보증 기간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된다.

이처럼 최근 울산에서는 문화예술과 관련한 각종 외부 전문가 채용이 늘고 있다. 같은 중구에서는 중구문화의거리 생활문화센터도 있고, 내년 하반기 출범할 중구문화재단도 있다. 남구에서도 마을공동체사업을 도모할 가칭 장생포문화지원센터를, 북구 또한 특화된 기초단위 문화재단 설립을 중장기 과제로 각각 고민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달 초 시작 된 울산문화재단(내년 1월 출범) 공개 전형도 있다. 오는 29일께 대표이사의 면접이 이뤄지면 다음달 5일께는 최종 합격자가 가려진다. 그렇게 총 17명의 이사진이 구성된 뒤에는 좀더 치열할 것이 분명한 사무국 직원에 대한 공개전형도 진행된다.

고대중국사서 <전국책> 등에는 천리마를 알아보는 백락(伯樂) 손양(孫陽)의 이야기를 전한다. 말을 감별하는 상마법(相馬法)의 달인 백락이 없으면 천리마도 없다. 눈 앞에 천리마가 있는데 이를 감별해내지 못한다면 천리마 한마리의 불행일 뿐 아니라 우리 울산사회의 불행일 수 있다.

문화예술기관장의 채용에서 외부 전문가와 지역 인사를 구분하는 일은 더이상 의미가 없는 시대인 것 같다. 다만 이렇게 뽑힌 인사가 지역과 중앙과의 네트워킹, 조직 장악력과 구성원간 친화력, 지역성과 전문성의 조화 등 기관장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하느냐 하는 문제는 지역사회가 이들에게 얼마나 협조하는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백락이 명마를 한눈에 알아보듯 지역사회에서 훌륭한 인재를 제대로만 찾아내 지원해 준다면 그들 또한 천리마 이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홍영진 사회문화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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