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인희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 동안 조현병은 일본에서 정신분열병으로 번역되면서 정신이나 마음이 분열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일이 잦았다.

이로 인한 부정적인 편견이나 사회적 낙인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조현’ 즉,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 라는 뜻으로 병명 개정을 하기로 결정했고, 이는 신경계 요인 또는 정신적 요인 등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아 마음의 병이 생긴 질환이라는 해석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진료 시 가장 어려운 점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편견과 치료에 대한 잘못된 상식, 두려움을 바로 잡는 일인 것 같다. 환자가 겪고 있는 병 자체에 집중해서 치료를 이어 나가기에도 시간이 빠듯한데, 잘못된 편견과 상식들이 치료의 시작과 지속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러한 작업을 하는 데 치료 초반에 많은 시간들을 할애하기도 한다. 이 병이 완치되는 것이 아니며, 평생 증상을 조절해 나가야 한다는 것, 증상이 때로는 진짜처럼 느껴지지만 환청이나 망상일 수도 있다는 것, 일상 기능이 점차 떨어지지만 대인 관계나 사회생활에서 재활을 계속 해 나가면서 그 기능을 유지하도록 평생 노력해야 한다는 것 등 질병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가져 나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치료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조현병은 전체 인구의 1% 정도 유병률을 보일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성별, 연령, 교육 수준, 직업 등 여러 가지 사회 인구학적 변수 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인구 집단에서나 유사한 유병률을 유지한다.

하지만 급성기 치료 시기에는 현실 검증력이 저하돼 자발적인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진료실까지 오는 문턱이 높다. 무엇보다 전문적인 치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필요하다. 정신과 치료가 정신병자라는 사회적 낙인을 만들고, 치료 병력이 사회생활의 걸림돌이 되는 분위기에서는 병이 있더라도 치료 시작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즉 더 이상 우리가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을 숨기고, 치료를 거부하거나 중단하는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되며,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사회 내에서 보듬어 줄 수 있는 안전망의 조성, 상대적으로 긴 치료시간 동안 소요되는 치료 비용에 대한 국가적 보조 등 사회 전반적인 인프라가 조성돼야 한다.

심인희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