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단 선거를 치르면서 두갈래로 나눠졌던 울산시의회의 편가르기가 갈수록 태산이다. 정당간 이견에 따른 정쟁이라면 차라리 이해가 될 법도 하다. 그런데 새누리당 의원 간에 후반기 의장단 선거때 깊어진 감정의 골을 다스리지 못해 해외연수를 두고 오합지졸(烏合之卒)이다. 임기내내 불협화음이 예상된다.

울산시의회는 4개 상임위별로 해외연수를 할 계획이었으나 교육위만 예정대로 진행한다. 행정자치위는 위원간 의견 조율이 안돼 아예 연수를 취소했다. 환경복지위는 5명 중 2명만 참여하게 되자 행자위원장이 동참, 지난 19일 출발했다. 산업건설위도 5명 중 2명만 참여한다. 그런데 상임위 연수에 불참하는 7명의 의원들이 21일부터 4박6일간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로 연수를 간다고 한다. 이는 지난 의장 선거 때 현 의장의 반대편에 섰던 의원들이 만든 의원연구단체 회원들의 해외연수다. 선거로 인해 두동강이 난 시의회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정치는 ‘사람들을 연합하는 기술’이다. 그런데 의원들간의 연합도 이뤄내지 못하는 의회가 120만 울산시민들의 신뢰를 받는 정치를 할 수 있겠는가. 주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지방의회는 예산 낭비일 뿐이다.

또 한가지 문제점은 이처럼 비합리적인 연수는 외유(外遊)에 그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지방의회의 해외연수는 그동안 수많은 지탄을 받으면서 많은 개선을 해왔다. 그 결과 의원 전원이 함께 움직이는 것에서 탈피해 상임위별로 나누어 전문성을 높이는 일정으로 긍정적 변화를 해나가고 있다. 간혹 두세명의 의원들이 의기투합해 배낭여행으로 연수를 다녀온 뒤 양질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한다. 그런데 상임위의 연수를 마다하고 의도적 편가르기로 만들어진 연구단체 단위로 해외연수를 떠난다니 혹여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 목적은 후반기 의정활동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선진사례를 배우는 것이다. 정년이 보장된 공직자라면 장기적 안목에서 다양한 교양이나 지식을 쌓고 견문을 넓히는 연수도 필요하다. 하지만 선출직 공직자의 해외연수는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진단해야 한다. 어느날 갑자기 선거를 통해 공직을 얻을 때는 이미 그에 상응하는 교양과 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전제돼 있어야 한다. 그 때문에 시민세금으로 교양습득을 위한 연수를 하려다가는 외유성 연수라는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현 시점에서 울산시의회가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연수보고서를 제대로 내놓는 길 뿐이다. 공연히 의회 사무처 직원들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일이 없도록 공개된 보고회도 필요하다.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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