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울주비전‘한계를 넘어선 사람들’

▲ 운명의 산: 낭가 파르밧의 한 장면.

울주비전은 앞으로 해마다 기획을 달리하며 진행되는 특별전이다. 올해의 주제는 ‘한계를 넘어선 사람들’. 산소가 부족한 고산과 추위, 생명을 담보로 해야만 하는 위험 등 수많은 한계를 뛰어 넘으려는 개척자들의 끊임없는 도전이 있었기에 현재의 산악인들과 모험가들이 새로운 도전을 꿈꿀 수 있고, 이들을 담은 영화를 상영하는 축제인 산악영화제도 존재할 수 있다.

에픽 오프 에베레스트
1924년 영국원정대 공식 기록영화
운명의 산: 낭가 파르밧
메스너 형제의 목숨 건 도전기

1924년 에베레스트 영국원정대의 모습을 기록한 무성영화 ‘에픽 오프 에베레스트’는 당시 등정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제작한 흑백무성영화다. 이번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통해 아시아권에서는 처음 상영된다. 8848m의 에베레스트 정상을 최초로 오른 사람은 1953년 뉴질랜드의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와 네팔의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로 알려져 있다.

영상 속에는 그에 앞서 1924년 등반 중 실종된 조지 말로리의 험난한 여정을 보여준다. 말로리의 정상 등반 여부는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은 의문으로 남아 있다. ‘왜 에베레스트를 오르나’라는 질문에 ‘산이 거기 있어서’라고 답했다는 영국의 산악인 조지 말로리.

▲ 1924년 에베레스트 영국원정대의 모습을 기록한 무성영화 ‘에픽 오프 에베레스트’

이 영화는 1924년 말로리가 포함된 에베레스트 영국원정대의 공식 기록영화로, BFI가 2013년 디지털로 복원해 새롭게 작곡한 음악을 입혀 재탄생했다.

당시 촬영장비의 무게와 한계 때문에 그랬겠지만, 영화 속의 에베레스트는 눈과 구름에 휘감긴 채 시종일관 저 멀리 원경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세상의 지붕이자 세상 모든 신의 어머니로 불리는 90년 전의 ‘초모룽마’ 즉 에베레스트는 그 어떤 영상 속에서 보였던 것 보다 압도적이다.

▲ 최선희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

또다른 영화는 ‘운명의 산: 낭가 파르밧(Nanga Parbat)’이다. 낭가파르밧은 산스크리트어로 ‘벌거벗은 산’을 뜻한다. 1953년 초등 성공 전 이미 30명에 달하는 산악인들이 목숨을 잃은 험한 산이다. 산을 좋아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등반을 시작한 라인홀트와 동생 건터에게 히말라야는 언젠가는 꼭 이루어야 할 꿈이다.

반면 전후 독일 재건의 상징적 모델이 된 헤르만 불의 낭가파르밧 첫 등정 이후, 다시 한 번 영광의 재현을 꿈꾸는 헤를리히코퍼 박사는 7차 독일 원정대를 꾸린다. 라인홀트와 건터도 원정대에 포함되지만, 원정대 내부의 경쟁과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라인홀트와 원정대장 헤를리히코퍼와의 갈등은 점점 깊어만 간다.

드디어 정상에 오른 라인홀트와 건터. 하지만 하산 중 건터가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되고, 동생을 찾아 헤매던 라인홀트도 생명의 위기에 맞닥뜨린다. 등반이 국민 통합과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는 도구로 사용되었던 역사적 상황은 물론 평생을 지켜온 라인홀트 메스너의 산에 대한 태도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최선희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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