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원전에 둘러싸인 울산 안전한가?

▲ 울산시 허언욱 행정부시장(오른쪽)이 21일 고리원자력본부를 방문해 지진발생에 따른 현장 안전을 점검하고 이용희 본부장에게 시민들의 불안해소를 위해 신속한 정보전달 등을 요청했다. 울산시 제공

국내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 강타에 이어 끊임없이 발생하는 규모 3.5~4.5 여진에 ‘지진 안전지대’라고 여겨진 한반도 전체가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지진을 일으키고 있는 양산단층 주변을 따라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다는 점은 시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필요 이상의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기는 하지만 시민들의 공포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과거의 조사결과를 맹신하지 말고 단층대에 대한 정밀조사에 이어 원전에 대한 강화된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진규모는 단층 길이에 비례
양산단층이 영남서 제일 길어
원전 내진설계 6.5~7.0 대부분
7.0이상 지진 대응책 마련해야

◇최대 원전밀집지역…지진공포 증폭

21일 오전 11시53분 경주에서 또다시 규모 3.5 여진이 일어나자 주민은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 19일 규모 4.5의 지진에 이어 2일만에 또다시 건물이 크게 흔들릴 정도의 지진이 울산 전역에 영향을 미쳤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들이닥친 지진에 울산 시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학교와 어린이집에서는 불안감에 학생과 원생들을 긴급 대피시켰고, 놀란 시민들이 건물밖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이날 지진이 앞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의 여진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400차례가 넘는 전진, 본진, 여진이 발생하고 있는 진앙지는 모두 경주시 남남서쪽 9~14㎞ 일원으로 양산단층에 해당되는 지역이다. 양산단층은 경상북도 영덕의 덕천해수욕장에서 부산 낙동강 하구까지 이어지는 170㎞ 길이의 단층이다. 영남 지방에는 남북으로 뻗은 단층들이 여러개 있는데, 양산단층은 이 중 제일 긴 단층이다. 지진의 최대규모는 단층 길이에 비례하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암반 위에 지어지고 있는 원전의 모습.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문제는 양산단층의 동쪽을 따라 원자력발전소가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지진의 파괴력에 의한 1차 피해보다는 원전사고로 이어지는 2차 피해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현재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 지역에 8기가, 경북 경주 등에 총 6기 등이 설치돼 있고 울주군에 2기가 추가로 세워질 예정이다. 모두 합치면 모두 16기의 원전이 활성단층 지척에 있다. 울산시 120만명, 부산시 360만명 등 영남권 1000만명의 인구가 원전의 영향권에 들어간다. 강진이 발생해 원전에 이상이 생기면 ‘재앙’ 수준의 피해가 날 수 있다.

현재 고리원전을 포함해 대부분의 원전 내진설계는 6.5에 맞춰있다. 신고리 3·4호기 등 일부 원전만 7.0으로 내진설계돼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규모 7.0의 지진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면서 시민들은 불안감에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원전 위험성 과장” “내진설계 미반영”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한수원은 국내 원전의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된 경향이 있다며 시민 불안감 해소에 나서고 있다. 한수원은 “원자로 격납건물은 단단한 암반을 굴착해 조밀하게 철근을 설치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해 짓는다”며 “단단한 암반층에 지은 원자력발전소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토사지반에 건설된 건물보다 30~50% 정도 진동을 줄일 수 있어 6.5의 강진이 원전 바로 아래에서 발생해도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핵단체는 노후원전의 내진설계를 신뢰할 수 없다며 신속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12일 성명을 내고 “내진설계 평가에는 설비의 노후화를 반영하지 않았으므로 오래된 원전일수록 내진설계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더 이상의 위험을 늘려서는 안된다. 신규원전을 취소하고 노후원전을 폐쇄해서 원전을 줄여나가는 것만이 안전에 대비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밝혔다.

일부 학계에서도 빠른 시간 내에 원전의 지진설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통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또 40년전 조사 결과만 믿지 말고 단층대에 대한 정밀조사도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규모 5.5의 지진도 발생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됐고, 이에 따라 원전 내진 설계 한도도 6.5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7.0 이상 지진은 발생 확률이 적겠지만 6.5 이상은 충분히 가능할 수 있고, 특히 자연 재해에 관해서는 항상 보수적으로 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