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애니메이션 3편

▲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애니메이션 ‘두 소년의 시간’.

애니메이션만큼 산에 서식하는 식물과 동물 그리고 산새를 아름답고 친근하게 표현해낼 수 있는 매체를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시장성이 작고 제작비가 높아서인지 국내의 산악관련 장편 영화들은 거의 제작되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의 독립애니메이션 작가들은 꾸준하게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그리는 작품들을 만들고 있어서,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이런 소중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작년 프레페스티벌부터 어린이 관객들도 즐길 수 있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묶어서 한 프로그램으로 상영하고 있다. 한국의 깊은 산과 들 그리고 계곡과 강에서 서식하는 동물과 식물, 산과 자연을 애니메이션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이 봐도 좋을 영화들이다. 올해는 여섯 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이 한 묶음으로 상영되는데, 이중에서 세편을 먼저 소개한다.

‘다섯 번째 계절’-DMZ 생태계 따스한 색감에 담아
‘까망이’-흉조로 불리는 까마귀를 보는 또 다른 시선
‘두 소년의 시간’-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 전해

‘다섯 번째 계절’ 속 배경이 되고 있는 DMZ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때로는 총성이, 때로는 둘을 잇는 도로가 생기면서 이 지역은 또 다른 변화 앞에 놓여있기도 하다. DMZ 지역에 살고 있는 동물과 자연을 따스한 색감으로 생동감 있게 그려내어 아름다운 화면과 DMZ의 긴장감의 간극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까망이’는 흉조로 불리는 까마귀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어디선가 이유 없이 날아오는 돌팔매에 상처받은 새다. 그러나 까마귀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내면의 아름다움을 깨닫기 위해 추는 춤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어우러지는 까마귀의 세계를 목각과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여 사용한 한 편의 시적인 작품이다.

▲ 최선희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

마지막 ‘두 소년의 시간’은 늘 쫓기듯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자연의 속도에 맞춰 사는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해 준다. 무엇이든 뛰어넘어 달리던 소년은 어느덧 높은 건물에 도착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금씩 높은 곳으로 오르던 그는 창가에서 비행기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현대인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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