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석유화학단지, 어떡하나

▲ 울산석유화학단지 전경. 경상일보 자료사진

국내 대표 산업도시인 울산이 ‘지진’으로 극심한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석유화학공단 등 울산의 산업단지에는 978곳에 달하는 위험물 저장소와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이 위치해있고, 지하매설배관도 453㎞에 달한다.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 피해는 물론 유독물질 누출과 폭발, 화재 등 2차 피해도 엄청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다수 업체들이 지진에 무방비로 있을 확률이 높다며 산업단지 시설물도 관할당국의 관리대상에 포함시켜 내진설계를 보강케 하는 등 적극적인 지도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0여 업체 밀집해 있지만
내진설계 현황 파악 안돼
세제혜택 줘 보강 유도해야

◇산업단지 내진설계 현황 미파악

22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에는 석유화학공단과 온산공단 등을 중심으로 230여개 업체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정유·화학산업단지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에서 생산액으로는 33%, 수출액 기준으로 40%가량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현재 산업단지 전체 시설물의 내진설계 현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7월5일 규모 5.0의 울산지진이 발생한 이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해 산업단지 내 위치한 각 기업체에 공문을 보내 시설물에 대한 내진설계 현황을 조사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파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기업체 수가 많고 한 공장 내에 수십개 시설물이 있는데다 기업체측에서도 내진설계 유무를 일일이 찾아내야하기 때문에 시일이 많이 걸릴 것 같다”면서 “업체가 울산시에 내진설계 현황을 보고해야할 의무도 없는데다 관련법도 없어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내진설계 했어도 수십차례 증설 안전보장 의문

전문가들은 석유화학시설의 경우 1980년대 지어졌더라도 해외 선진국의 기본 설계를 받아서 공장을 지어왔기 때문에 당시 내진설계 법 유무와 상관없이 주요 시설물은 내진설계를 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우려되는 것은 내진설계 이후 30여년을 거치면서 진행된 공장 증설이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전 영남지회장인 한진원 울산대 건축학부 겸임교수는 “기업체가 증축을 할 때 공장 전체에 대한 구조안전성 평가를 하고 증축하는 기업체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증축한 일부분만 검토를 했을 것”이라며 “공장의 시설물이 각자 따로따로 가동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또 노후화로 인해 내진성능이 떨어진 시설이 있을 수 있어 지진에 의한 산업단지의 안전성을 전체적으로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내진보강 유도하고 관리 강화도

현재로서는 내진설계 보강과 관련해 해당 기업의 자발적인 투자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산업단지의 안전점검 권한조차 울산시로 이양되지 않은 실정에서 시가 직접 나서 산업단지 내 기업체를 관리하기엔 한계가 따른다. 정부차원의 대책이 절실한 것이다.

일단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지진으로 울산 석유화학단지 지하매설배관 453㎞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했고, 위험물 저장소 및 유해화학물질취급시설 978곳을 대상으로 안전진단도 실시 중이다.

산업부는 에너지시설 전반에 대해 관련 분야 전문가 등과 함께 내진성능보강, 성능개선 투자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고 국내외 전문가 의견과 해외사례 분석 등을 통해 ‘에너지시설 내진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진원 교수는 “기업체들이 생산 기계설비에 대해서는 셧다운까지 하면서 매년 정비를 시행하지만 구조물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이 모든 시설에 대한 지진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관리하도록 하는 감독이 필요하며, 세제 혜택 등을 줘 내진보강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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