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지역요식업계 ‘몸집줄이기’ 나서
관공서·공기업 인근에 위치한...한정식·일식집 등 고급음식점
김영란법 대비해 신메뉴 내놔

▲ 울산 남구 삼산동의 한식집 ‘미강’은 김영란법을 대비해 최근 3만원의 ‘한상차림’이라는 새 메뉴를 저녁에 판매하고 있다. 홍어와 보리굴비, 전 등이 포함된 한상차림 3인상.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울산지역 요식업계가 ‘김영란법 세트’를 새로 개발하거나 기존 메뉴의 양과 반찬 수를 줄여 가격을 낮추는 등 본격적인 ‘몸집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오는 28일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공무원, 사립학교 교원, 언론인 등은 3만원이 넘는 식사를 제공받을 수 없다. 이에 대부분의 메뉴가 3만원대 이상인 한정식, 일식집 등 고급음식점들은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2일 찾은 울산 남구 삼산동의 한식집 ‘미강’은 최근 김영란법을 대비해 ‘한상차림’이라는 새로운 메뉴를 저녁에 판매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 중에서 관공서와 공기업 등 김영란법에 적용되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가게의 경우 점심에는 2만원대의 보리굴비와 간장게장이 주로 나가고, 저녁에는 술안주를 겸한 5만원대 이상의 메뉴가 많이 팔린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저녁에 반주를 한잔 할겸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부담이 될것 같아 기존에 없던 3만원의 ‘한상차림’ 메뉴를 출시한 것이다.

12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이 업소 사장은 “생물을 취급하기 때문에 3만원 밑으로는 더 이상 가격을 맞추기 어려웠다. 대신 손님들이 직접 술을 가져와서 드실 수 있게끔 하고 있다”며 “최근에 한상차림을 드셔본 손님들의 반응도 괜찮은 편이다”고 말했다.

울산시청과 상공회의소 인근에 위치한 남구 달동의 한정식집 이조한정식은 기존 메뉴의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택햇다.

이조한정식의 코스가격은 3만원, 4만원, 5만원 등으로 반주를 겸하게 되면 1인당 3만원은 그냥 넘어가 버린다. 이에 이조한정식은 일반손님들을 위해 기존 4, 5만원의 코스메뉴는 유지하되, 3만원 코스의 반찬 수와 양을 줄여 2만5000원대에 판매할 계획이다.

이조한정식 사장은 “주로 시청에 다니시는 공무원들이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보시지만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며 “일단은 손님들이 저녁을 먹으면서 소주라도 한잔 하실 수 있게끔 2만원대에 맞춘 코스메뉴를 내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해물을 주로 취급하는 일식집과 초밥집 등은 기본적인 단가로 인해 사실상 3만원 이하의 가격대를 맞추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 지난 21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 등장한 ‘김영란 메뉴’. 광화문 서울청사 부근 식당에서 만든 전복죽, 김치, 무말랭이, 콩자반 등 ‘9천원 메뉴’로 준비했다. 연합뉴스

고급 일식집들이 위치한 삼산동의 D참치집은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난 이후 상황을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곳 저녁메뉴의 경우 1인당 5만원부터 10만원을 넘어가는 것까지 있어 당장에 3만원 이하로는 가격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D참치집 주인은 “기본적으로 회와 해산물이 들어가는 코스메뉴를 3만원 이하로 맞추면 음식이 질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며 “기존의 코스메뉴 가격을 조정하기 보다는 단품메뉴를 보강하는 것밖에 딱히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울산의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감소가 더 크다며 김영란법으로 인한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삼산동의 한 일식집 주인은 “울산의 경우 산업체가 많다보니 기업체 접대손님의 비중이 매출의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당장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매출감소 우려보다는 울산의 경기가 하루빨리 풀리길 바라는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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