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 안이 궁금해
쪼개 보기엔
너무 작고 딱딱해

꽃씨 안이 궁금해
귀에 대고 들어보니
숨소리도 없어

꽃씨 안이 궁금해
코로 맡아보지만
냄새도 없어

궁금해도 궁금해도
기다려야지
흙에 묻고 기다려야지

꽃씨만이 아니야
기다려야 할 건 모두
참고 기다려야지

▲ 박영식 시인

조그마한 씨앗 한 알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면 참 안쓰럽다는 생각마저 들지요. 크기도 모양새도 변변찮고 냄새마저 느낄 수 없으니까요. 그냥 보기엔 이게 무얼까 싶을 정도로 궁금증을 불러오게 되지요. 그런데 씨앗을 두고 작은 우주라고 말하는 걸 보면 아주 대단한 힘을 가진 건 분명하지요. 만약 그 속에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한 알의 씨앗이 꿈꾸는 세상을 느낄 수 있겠지요.

저만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붕붕대는 벌떼와 나비도 볼 수 있고 예쁜 열매도 만질 수 있겠지요. 어디 그뿐인가요. 흠흠 아~ 눈 감기는 향기로 마음을 다친 사람들을 치료도 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파란 하늘 하얀 구름도 볼 수 있으니 태양계에 머문 행성이 아닐 수 없지요. 이러한 씨앗의 참된 모습은 흙 속에서 발아한 뒤에야 비로소 나타나지요. 우리의 아이들도 다 자란 뒤에야 꽃씨처럼 그 품새가 달라지지요.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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