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색 갖추기식 사업은 득보다 실 많아
위시리스트 작성 정책 우선순위 정해
선택과 집중으로 최상의 결과 도출을

▲ 김종국 서울도시철도공사 전략마케팅처장

전국 각지를 여행하노라면 도시계획이나 지역발전 및 복지정책과 관련하여 새로운 발견과 함께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곤 한다. 새로운 길이 뚫리고 각종 주민편익 시설이 새로 들어서고, 지역민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노력들과 함께 참신한 도시설계와 색다른 디자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차분히 살펴보면 일부 차별화된 아이템이 있는가하면 대동소이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보다 더 시급한 사업도 있을 것이며 굳이 이러지 않아도 될 법도 한데 다른 지역과의 경쟁의식이나 구색 갖추기에 연연하다보니 천편일률(千篇一律)적인 면으로 흐르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최근 TV뉴스 등을 통해 보도된 지자체의 부실운영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막대한 예산을 들인 사업이 겉모습만 번듯하고 실속은커녕 오히려 유지비용만 더 들어가고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거나 이해관계가 얽혀 지역민들 간에 갈등만 조장한다면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 아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느 날 강철왕 카네기에게 어떤 젊은이가 성공비결을 알려달라고 간절히 청했다고 한다. 카네기는 “하고자 하는 일을 적어보고 모두 다 하려하지 말고 중요한 순서대로 번호를 부여해 가치 있고 중요한 일에만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한다. 성공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과수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품질이 우수한 과실을 얻기 위해서 든든한 가지만 남기고 부실한 가지는 자르는 ‘전정(剪定)’작업을 하거나 열매를 솎아내는 적과(摘果)작업을 할 때 보면 그런대로 쓸 만 한 가지를 자르거나 제법 튼실한 열매를 함께 솎아내는 경우가 있는데 농부도 물론 아까운 생각이 들었겠지만 ‘명품과실’을 얻기 위해 적잖은 갈등 속에 마침내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요즘 정년 이후의 일들을 생각하다보니 하고 싶은 일들이 많기도 하지만 이미 남들이 하고 있거나 실패했다는 소문에 딱히 정해진 것은 없고 고민만 늘어나는 형국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최상의 결과를 이루어 내기 위해 나의 희망사항을 만들고 우선순위를 정해 결정된 일에 모든 에너지를 몰입시켜 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부부 간이나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자주 활용하는 방법이 바로 위시리스트(Wishlist)를 작성해서 바꾸어 읽어보는 방법이라 한다. 서로 희망사항과 우선순위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하니 막상 부끄럽지만 나도 함께 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지역발전 정책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적 위시리스트(Wishlist)를 사전에 작성해 지역구성원들에게 공개하고 지역주민들이 만든 희망사항(Wishlist)과 대조해 잘 조율해 나간다면 보다 나은 지역발전 정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민·관 및 지역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익숙함에 젖어 지역민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잊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현실 공감을 통한 ‘선택’과 ‘집중’이 있기를 당부해 본다.

김종국 서울도시철도공사 전략마케팅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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