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형욱 사회문화팀 차장

2016년도 어느덧 마지막 1분기를 남겨두고 있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한해의 성과를 정리하고 내년에 할 일들의 실천계획을 마련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 시작도 못한 울산의 주요 현안들이 줄줄이 있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연내 추진은커녕 멈춰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보인다.

이미 대대적인 예산을 들여 준공 시기를 저울질 하고, 운영방안의 밑그림이 나와야 할 시점이지만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사업이 많기 때문이다.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앞두고 성년 광역시에 걸맞는 도시 지도를 그릴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사업들이어서 조바심이 더하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을 비롯해 산재모병원,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 건립,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항 배후도로, 농소~외동간 국도 등 대통령 공약사업과 국책사업 등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등에 막혀 수년째 진척이 없는 것이다.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과 반구대암각화 보존방안, 영남알프스 신불산케이블카 등 지역 현안도 삐거덕거리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 공약사업 일부는 사업 규모 등이 크게 축소돼 설령 추진된다 하더라도 국책사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이 대표적이다. 당초 사업비 1조2000억원, 20만㎡ 부지에 관람수요 300만명으로, 세계최대 규모로 계획됐지만 울산으로 입지가 결정되고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사업 규모가 추가로 조정되면서 건축연면적 2만8800㎡에 사업비 1865억원으로 쪼그라들어 협의가 진행 중이다. 국립이란 말이 어색할 정도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내년 국비 확보가 여의치 않아 현 정부 내 추진이 사실상 물건너갈 사업이 많아 보인다. 울산시는 국회에 제출돼 있는 내년 국가예산 정부안에서 역대 최고액이 반영됐다고 기뻐하고 있지만 울산의 격을 한단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들 사업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울산이 정부의 처분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울산시와 지역 정치권이 나름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지만 분명한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주요 국책사업 어느것 하나 궤도에 올라왔다는 소식을 듣기가 힘들다. 이대로라면 내년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퀀텀점프(Quantum jump·대약진)의 계기로 삼겠다는 울산시의 기대도 접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울산의 전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열심히는 하는데 성과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이란 가본적 원칙에 충실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 공약사업이니까,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다며 너무 순진하게만 접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영남권 신공항 결정 과정에서 보여준 울산의 미지근한 태도에서 전략 부재를 찾는 시민도 있다. 여소야대의 정국 등 달라진 국정 환경도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차기 정부에서 재추진 동력을 구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현 정부에서 보낸 4년 가량의 허송세월을 더이상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광역시 승격 20주년이라는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울산이 되기 위한 전략과 실천력이 필요한 때이다.

신형욱 사회문화팀 차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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