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현주 사회문화팀

울산지역 가을 축제가 이번 주말 절정을 맞이한다. 이에 앞서 28일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문화예술계의 고민도 깊어졌다. 입법 과정에서 미처 예상하지 못한 혼란과 시행착오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는 30일 개막하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교통비와 숙박비를 지급해도 되는 초청자를 다시 선별하느라 초청장 발송이 늦어졌다고 한다. 국민권익위원회에 특정 인사의 초청 여부를 질의했는데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김영란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법 테두리 안에서 방안을 모색해 보려고 노력하는 단체는 그나마 다행이다. 대부분이 김영란법에 어긋날까봐 몸을 사리는 추세다. 난감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가만히 있으면 된다’ ‘아무것도 안하면 된다’는 생각인데 이 때문에 문화예술계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산시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폐막식 초대권을 일절 배부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 국민권익위원회 문의 결과 부산시가 사단법인 부산국제영화제로부터 초대권을 받아 배부하는 행위 자체가 김영란법에 저촉된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화예술계에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라는 법의 잣대를 들이밀어 오히려 문화예술계가 위축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어쩌다 초청장이 오면 공연을 관람하고 축제에 참여했던 공직자들이 공연을 관람하지 못함으로써 공연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지진 않을지, 기업이 김영란법을 핑계로 문화예술에 대한 협찬이나 지원을 회피하거나, 언론이 취재활동을 게을리 하지는 않을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뿔을 바로 잡으려다가 소를 죽이는 경우를 ‘교각살우(矯角殺牛)’라고 한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바로잡고자 시행한 법 때문에 공직자, 기업, 언론이 문화예술 발전에 대해 무관심해지거나 회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석현주 사회문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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