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밀집지역에 3개의 활성단층
전문가 연구 필요성 주장도 묵살
원전 추가 허가…국민 불안 키워

▲유화숙 울산대 의류학과 교수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었다. 최근의 이탈리아나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 관련 뉴스를 볼 때 우리나라에서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난 12일 지진 관측이 이루어진 1978년 이래로 최고 강도인 규모 5.8의 지진이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발생했다. 경주 뿐 아니라 울산, 부산지역에서도 지진을 크게 느껴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피해사례들이 신고되었다.

이번 지진으로 시민들은 지진에 의한 피해도 무섭고 두려웠지만 그보다 원전과 방폐장의 안전성을 염려했을 게다. 경주와 울산, 부산은 원전 밀집지역이어서 지진 발생으로 인한 피해도 걱정이지만 원전의 안전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이전에 일본이나 러시아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들의 재난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이미 국민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진 안전지대로 생각하고 살다가 갑자기 발생한 지진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졌고 계속되는 여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밤잠을 설쳤다.

이런 불안감과 걱정은 그 이후에 나온 뉴스로 더욱 증폭되었다. 이미 2012년에 정부는 원전 14기가 있는 경주·부산 원전단지 가까운 곳에 3개의 활성단층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조사는 현재 국민안전처인 소방방재청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의뢰해서 이루어진 것이었고 추가 연구의 필요성이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연구를 실시하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단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은 규모 5.8에서 최대 8.3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보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울산 울주군 일대에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허가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산 기장군 장안읍과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는 원전 10기가 몰려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이 된다.

신뢰는 모든 관계의 기본이다. 우리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기본 조건 중의 하나는 그가 믿을 만한 가이다. 또한 그 사람과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신뢰가 계속해서 쌓여가기 때문인데, 어느 날 그와의 신뢰가 깨지게 되면 우린 더 이상 그와의 관계를 지속하고 싶지 않게 된다. 정부와 국민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문제들을 정부가 감추고 조작한다면 그 관계는 위험해진다.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다. 수도 없이 많은 지진을 겪고 있는 일본이 고베대지진 이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지진예측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만큼 지진 발생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이로 인한 피해도 피할 수는 없을 듯하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지진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그에 관한 정보가 없는 것도 아니고 중요 정보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제공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정보화 측면에서 발전된 나라다. 국민들은 여러 정보 매체를 통해 스스로도 많은 재난 관련 내용들을 파악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법들을 찾을 수 있다. 정부가 재난 대비 대책을 세우고 국민들을 보호할 각종 안전장치 및 복구방안을 적극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실 재난 발생시엔 정부가 도움을 주러 오기 전에 스스로 자신과 가족을 지키고 주변 사람들을 돕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따라서 국민들 스스로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높은 강도의 지진 발생 가능성이 적다고 하는 예측에 무게를 실어 아무 이상이 없다고 국민들을 안심시킬 것이 아니라 현재 알고 있는 정보들을 국민과 공유해 정부뿐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도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 시점에서 필요해 보인다.

유화숙 울산대 의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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