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 전공의 정원감축은 안돼
정신의학과·신경과 전공의 2명뿐

▲ 박학천 울산시의회 환경복지위원장

전국 도시 중에서 최고의 소득 수준을 보이는 울산광역시의 기대수명은 어떠할까? 작년 말 통계청이 발간한 ‘2014년 생명표’에 의하면 2014년 기대수명은 광역시·도 중에서 서울(83.6세)과 경기(82.6세)가 가장 높고, 울산(81.3세)과 강원(81.4세)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이 높다고 해서 건강과 장수가 저절로 따라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울산은 산업이 빠르게 발전해왔지만 보건의료 인프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단순한 의료서비스분야부터 첨단의료까지 분업과 협력이 효율적으로 되는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뿐 아니라 행정적 지원과 관심도 꼭 필요하다. 그나마 울산대학교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승격되면서 울산도 비로소 의료전달체계의 기본 골격을 갖추게 되었다.

그렇지만 울산의 의료체계는 최근 전공의 정원 감축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대 졸업생이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인턴 과정을 수료하고 나면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해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레지던트) 과정 수련을 받게 되는데,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수도권 수련병원 편중 및 기피과 정원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전공의 정원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해마다 100명 이상 정원을 줄이고 있는데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정원 감축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정신건강의학과 및 신경과 전공의가 울산에서는 유일하게 울산대학교병원에 각각 1명씩 배정돼 있는데, 이마저도 정원이 감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공의는 단순한 피교육생이 아니라 연구와 진료에도 적극 참여, 기여하는 중요한 의료 인력이다. 종합병원으로 정신과 폐쇄병동을 운영하면서 정신과적 문제가 동반된 음독, 골절, 자해 등 자살기도 환자를 대상으로 365일 24시간 응급진료를 하는 곳은 울산에서 울산대학교병원이 유일하다. 정신과 전문의를 비롯한 1~4년차의 전공의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울산의 자살자 수는 293명(인구 10만명당 25.4명)이며, 그 원인으로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적 문제가 약 7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16년 8월말 기준 광역·기초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접수된 자살상담건수는 3991건에 이르고 자살위기 상황으로 인한 응급진료 환자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서 정신과 분야의 24시간 응급진료시스템의 요구가 더 커지고 있다. 인근 부산과 대구에는 각각 8명의 정신과 전공의가 배정돼 있지만 울산에는 단 1명이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공의 정원이 감축된다면 울산의 정신과 응급의료 체계의 공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신경과에 있어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울산은 지난 2011~2013년 사이 뇌혈관 질환 사망률이 44.3명으로 전국 광역시·도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 내 뇌졸중 응급치료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한데 1명뿐인 신경과 전공의 정원이 감축된다면 촌각을 다투는 위급상황 시 시민들의 생명이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울산의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전공의 정원이 그대로 유지되리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는 것 같다. 정원 감축 초기에는 주로 여러명의 전공의를 수련하는 수도권 대형 병원 위주로 정원이 감축되었으나 5년째가 되면서 정원 감축에 따른 의료기관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 지역의 의료 현실을 무시한 획일적인 감축도 우려된다.

물론 최종 결정권한을 갖고 있는 보건복지부에서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혹시라도 전국의 광역시 중에서 오직 울산만이 갖고 있는 특수한 상황을 간과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아무쪼록 내년에 울산의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정원이 유지되어서 지역의 응급의료체계가 훼손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학천 울산시의회 환경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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