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호동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불안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울산지역 고층아파트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한다. 그런데 지난 12일 5.8의 강진이 일어나 집이 심하게 흔들린 이후로 극심한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다. 언제 또다시 지진이 올지 몰라 걱정이 되고,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술을 몇 잔 먹고 잠자리에 들기도 했고, 심한 날에는 집에서 나와 차 안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불안감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까지 우울해졌다고 한다. 이처럼 울산지역에는 지진 이후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났다. 울산마더스병원은 ‘지진피해 관련 정신건강진료’까지 마련했는데 최호동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불안장애에 대해 알아본다.

지진 이후 불안감 호소하는 환자 늘어
일상생활 어려움 겪을땐 병원 찾아야
주변환경 합리적 평가가 예방에 도움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중요

◇만성 불안,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도

불안장애는 생물학적, 심리적 요인이 내재된 사람이 스트레스에 노출되면서 발생한다.

생물학적 요인은 태어나면서 갖는 기질(Temperament)이다. 기질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Harm avoidance)이 높은 사람들은 조심성이 많고, 위험한 상황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작은 위협에도 불안을 느끼게 된다.

심리적인 요인은 개인이 자기 자신과 주위 환경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시각이다. 자신과 환경에 대해 ‘내 주변 환경은 너무 위험해.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는 관점을 가진 사람이라면 불안장애를 경험하기 쉽다.

최호동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불안장애가 있으면 대인관계 등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불안이 만성화되면서 우울증이 함께 발병할 수도 있다. 또 불안장애를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사람이 불안을 스스로 경감시키기 위해서 술을 찾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불안장애가 알코올 남용이나 의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불안감 반복된다면 병원 찾아야

불안장애란 불안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정신질환이다.

불안장애에는 심리적인 증상과 신체적인 증상이 있다. 심리적인 증상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불안감, 심한 걱정, 극심한 공포감, 이로 인해 죽을 것 같은 느낌이다.

신체적인 증상은 불안으로 인해 우리 몸의 장기들을 움직이는 자율신경계가 정상보다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생기는 여러 신체적인 불편감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약간 긴장할 때도 느낄 수 있는 두통, 가슴 답답함, 호흡곤란, 소화불량, 불면 증상들을 더 심하고 오랫동안 경험하게 된다.

최 전문의는 “불안은 주관적인 느낌이고, 불안을 견디는 힘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자신이 견디기 어려운 극심한 불안감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느껴진다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불안 증상으로 인해 직장생활, 대인관계 등의 일상적인 활동에 지장이 생긴다면 반드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약물치료, 충분한 기간 지속해야

불안장애의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CBT)로 대표되는 정신치료가 있다.

최 전문의는 “약물치료는 급박한 불안증상을 경감시키고 호전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항불안제와 항우울제를 사용한다. 증상이 빨리 좋아지더라도 약을 섣불리 끊으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약물치료는 충분한 기간 지속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기 자신과 상황에 대한 비합리적인 해석방식이 불안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를 수정하고 불안을 감내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인지행동치료도 불안장애에 효과적이다. 그리고 인지행동치료의 여러 변형인 수용전념치료(ACT), 마음 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MBCT)도 불안장애를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불안을 다룰 수 있는 방법으로 호흡법, 이완법 등이 있다.

최 전문의는 “복식호흡을 기본으로 하는 호흡법은 불안뿐만 아니라 자율신경계 과각성으로 인한 신체증상을 다루는데도 효과적이다. 이완법은 몸의 여러 근육을 수축하고 이완하는 방법으로 인지행동치료 등을 통해 평소에 연습한다면 불안을 경험할 때 신체의 근육들을 이완시켜 불안을 경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합리적 평가·긍정적 믿음으로 예방

불안장애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 미래를 잘 대처할 수 없다는 자기 불신이 내재돼 있다.

따라서 최 전문의는 “불안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 주변 환경에 대한 합리적이고 냉철한 평가와 긍정적이고 확고한 믿음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 전문의는 “이번 지진과 같이 불안한 상황에 닥칠 경우 ‘지금 상황이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는 위험하지 않아. 그리고 혹시 위험하더라도 나는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지금은 너무 위험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야.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 현재 내 주변 환경이 얼마나 안전 또는 위험한지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내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해서 미리 생각하고,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이 있어야 불안감에 휩싸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스트레스에 의해서 불안장애가 생기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평소 충분한 휴식과 취미활동, 원만한 대인관계를 통해서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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