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진성능 강화 등 안전조치 박차
재난대응시스템 구축 서둘러야

▲ 허준 부산시 기장군 정관읍

지난 9월12일 오후 7시44분 경주시 남남서쪽 8~9㎞ 지점에서 2차례에 걸쳐 지진이 발생했다. 리히터규모 5.1, 5.8로 지진 관측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규모가 컸다. 우리나라가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밝혀진 셈이다.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지진 발생시 지진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 뿐 아니라 원전에 의한 2차 피해가 더욱 치명적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금번 지진으로 원전 관련 시설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진이 발생한 영남권이 원전 6기가 밀집된 월성원전과 인접해 있고, 또한 고리는 원전 6기가 운영 중이며, 2기가 건설 중인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이기 때문에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이미 건설허가가 승인된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이에 한수원은 A급비상을 발령하고, 전직원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가 설비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결과 월성, 한울, 고리, 한빛 4개 원전본부와 수력, 양수 발전설비는 이상없이 정상 운전 중이라 밝혔다.

다만 원전 정지기준을 초과한 월성 1,2,3,4호기는 추가 정밀 안전점검을 위해 12일 밤부터 정지했다. 원전에서 감지되는 진동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설비 이상유무와 상관없이 정지시키고, 정밀점검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의 진동은 설계기준 지진값인 0.2g(리히터규모 6.5에 해당)보다는 작지만 월성원전의 정지 기준 분석값인 0.1g(리히터규모 6.0에 해당)를 초과한 것이다. 원자력환경공단도 방폐장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중저준위 방폐장 동굴 처분시설, 지상지원시설, 배수펌프 등에 이상이 없다고 발표했다. 재난대응 매뉴얼에 따라 비상상황실을 설치하고 추가 여진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지진 대비 후속조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국내 원전은 시운전 중인 신고리3호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내진성능이 6.5(지반가속도 0.2g에 해당)로 설계돼 있는데, 내진 성능을 7.0(지반가속도 0.3g에 해당)에도 견딜 수 있도록 보강하기로 했다. 현재 월성 1호기와 고리 1호기, 한빛 1~6호기 등 8기는 내진보강 작업을 완료했고, 나머지 16기는 2018년 4월까지 내진 보강을 끝낼 방침이다. 전 원전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테스트도 당초 계획된 시기보다 1년 앞당겨 2018년 말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지진 발생지역에 속한 월성, 고리 원자력본부는 내년 말까지 테스트를 완료할 계획이다. 원전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폐장은 전원공급설비와 배수관로를 다중화하는 등 내진성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이러한 대책들이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할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꼬집고 있다. 또한 규모 8.3 이상의 대규모 지진이 올 수 있다며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어 안타깝다. 물론 지진발생 이후 대처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은 나타났지만 위험하다고 해서 원전을 모두 정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원전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게 현명한 대처가 아닐까.

앞으로 닥쳐올 위험은 아무도 예측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다가올 위험을 충분히 분석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세워나간다면 그 충격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이번 지진을 계기로 더 늦기전에 국가 차원의 지질·단층 조사, 지진위험도 평가 등을 끊임없이 추진해야 하며, 그 분석 결과에 맞게 원전관련 시설들을 보강해간다면 다가올 위험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진 발생시 국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신뢰성있는 재난대응 시스템 구축에도 힘써야겠다. 지진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가족과 지인들의 안위일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무선통신이 끊어질 것을 대비해 긴급 음성사서함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지진 대비와 대처 분야에서 분명 선진국임에 틀림없다. 국가적 재난 경보시스템부터 기업과 국민 개개인의 대비태세까지 우리가 빨리 보고 배워야 할 것 들이다.

허준 부산시 기장군 정관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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