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케이스 걸릴라” 모임 앞당겨

▲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 강의를 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공익신고총괄본부에서 수강생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두고 청탁이나 금품수수란 오해를 받지 않으려는 공무원과 지인들이 앞당겨 모임을 갖거나 회식을 해 전국 유흥가와 식당가가 북적거렸다.

이들은 고급 음식점이나 주점 등에서 ‘시범케이스’에 걸리지 않으려고 당분간 모임 등을 갖지 않기로 했다. 일부 공무원들은 공식적으론 ‘마지막 만찬’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여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식당 등이 영업에 상당한 지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 지자체 공무원 A(40)씨는 다음 달 초에 예정됐던 모임을 ‘김영란법’ 시행 전인 지난 26일 앞당겨 가졌다. 또 다른 공무원 B(51)씨는 27일 저녁 서둘러 부서 회식 일정을 잡았다. ‘김영란법’으로 업무추진비 사용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여 부서 회식은 사실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에서다.

김영란법 시행 전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대구에 사는 한 40대 공무원도 27일 저녁 지인과 약속을 잡았다. 업무와 관련이 없는 지인이고 자신이 사기로 한 만큼 김영란법에 저촉될 일이 전혀 없지만, 남들 입에 거론되는 것 자체가 싫어 김영란법 발효 전으로 약속을 당겼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최모(27)씨는 평소 업무상 알고 지내던 대학교수들과 저녁을 먹기로 했다.

최씨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잡혔던 저녁 약속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줄줄이 취소됐는데 오늘이 마음 편히 먹는 마지막 저녁 식사일 것 같다”며 “아무래도 부담돼 한도를 많이 초과하지는 못하겠지만, 시내로 나가 맛있는 것을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행정·금융기관과 기업 지역본부가 밀집한 상무지구에서 각종 식당과 주점이 빼곡하게 들어선 거리에는 전날 주말을 방불케 하는 유흥객이 모여들었다.

강원지역 식당과 유흥가도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반짝 특수를 누리는 모습이다. 식당과 유흥가가 밀집한 춘천 스무숲 등 식당과 원주 장미공원 일대는 삼삼오오 만난 모임들로 북적거렸다.

이와는 달리 김영란법 시행 전이지만 모두 몸 사리자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평소보다 손님이 없는 곳도 있었다. 유흥가가 밀집한 의정부역 주변도 20대와 직장 동료 등 삼삼오오 모여 저녁 식사 자리를 가질 뿐 오히려 평소보다 더 한산했다.

한 공무원은 “소나기는 피해야 하지 않겠냐”며 “구설에 오를 수 있다며 외부기관에서도 저녁 식사 자리를 피한다”고 아쉬워했다.

울산의 한 유흥주점 업주는 “추석 이후 공무원 출입이 거의 사라졌다”라며 “김영란법 시행 직전이라 시범사례에 걸리지 않으려고 잔뜩 조심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제주도내 모 기관의 공무원 A씨는 “친구들과 ‘김영란법 시행 전에 거하게 한번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오늘 실제로 술자리를 할 계획은 없다”며 “법 시행 전이지만 시범사례로 적발돼선 안 된다는 생각에 술자리나 식사자리는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 B씨(여)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회비를 모아서 매달 말 모임을 하는데, 모임에 공무원과 교직원이 있어서 이번 달은 앞당겨 추석 연휴에 했다”고 소개했다.

춘천시의 한 공무원은 “소위 시범케이스에 걸리면 안 된다는 지인들의 얘기에 모임을 앞당기고 다음 달에는 아예 약속을 만들지 않았다”며 “두 달 정도 지나면 법 시행으로 인한 여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측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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