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서 비공식회담…사우디-이란 이견에 합의 어려울 전망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알제리에서 만나 저유가 현상 해소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산유량 동결·감산 등 다양한 카드를 꺼내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당장 이번 회담에서 합의를 끌어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사우디와 이란 등이 이견을 좁혀가고 있으며, 양국 모두 11월 30일 예정된 OPEC 정례회의까지 합의에 이르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 알제리 회담에 쏠리는 이목…이란, 사우디 감산안 거부에 난항 예상

OPEC은 28일 오후 2시(GMT·한국시간 오후 10시) 알제리에서 비공식 회담을 열고 회원국들의 산유량 감산 및 동결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의 원유를 생산하는 사우디는 자국의 산유량 감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안건에는 사우디가 8월 산유량인 하루 평균 1천60만 배럴에서 40만 배럴을 감산하는 대신 이란이 하루 평균 370만 배럴로 산유량을 동결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이라크가 사우디와 이란의 합의를 위해 러시아와 이라크 등이 중재자로 뛰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의 양자회담에 러시아가 동석하는가 하면 이라크도 양국의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

아심 지하드 이라크 석유부 대변인은 “사우디와 이란의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이라크가 주도적으로 중재에 나서고 있다”며 “유가를 지탱하고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달에도 OPEC의 산유량 동결을 지지한다고 공식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OPEC이 이번 회의에서 확실한 합의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은 사우디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잔 남다르 장게네 이란 석유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틀 만에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우리 계획에 없다”며 “우리는 좀 더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장게네 장관은 이란이 서방 경제제재를 받기 전의 산유량 수준을 회복하길 원한다고도 설명했다.

이란은 과거 하루 평균 4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으며 현재 생산량은 약 380만 배럴이다.

그는 11월 30일에 있는 OPEC 정례회의를 언급하며 “11월에는 합의에 도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칼리드 알 팔리흐 사우디 에너지장관도 이란과의 양자회담 직후 “OPEC 회원국 사이의 입장차이는 좁혀지고 있지만, 내일(28일) 논의에서 합의를 끌어낼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 안 한다”고 말했다.

◇ ‘석유 부국은 옛말’…허덕이는 산유국, 국채발행하고 장관 임금삭감

알제리 회담에서 산유량 제한 합의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국제유가는 곤두박질쳤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1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2.74% 떨어진 배럴당 44.67달러로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2.91% 하락한 배럴당 45.9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여기에 이날 알제리 회담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유가가 40달러 아래로도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투자 헤지펀드인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는 “OPEC이 11월 전에 한 번쯤 더 (산유량 제한 합의를) 하려는 척할 수 있다”며 “우리는 이 같은 행동에 지쳤고 유가는 빠르게 40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 회복이 요원해지면서 산유국들은 한층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재정 적자에 시달리던 사우디의 경우에는 고위 공무원 임금을 줄이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사우디는 장관 임금을 20% 삭감하고 준입법기관인 슈라위원회 소속 160명에게 매년 지급하던 집, 가구, 차량 지원비도 15% 줄이기로 했다.

또 바레인은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바레인 당국은 28일부터 중동, 아시아, 미국, 영국 등지의 투자자들과 만나며, 순조롭게 협의가 진행될 경우 달러화 표시 채권을 분할 발행할 전망이다.

올해에만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등 중동 산유국이 국채발행으로 끌어모은 자금은 180억 달러에 달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향후 몇 개월에 걸쳐 산유국들이 유례없이 많은 양의 국채를 발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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