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사과 같은 내 얼굴

 

하늘이 참으로 높고 푸르다. ‘봄볕에는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는 딸 내보낸다’는 속담이 있다. 가을볕은 건강과 피부에 좋으니 딸을 내보낸다는 뜻이다. 봄이건 가을이건 햇빛을 쐰다는 것은 신체적인 건강과 더불어 정신적인 건강 면에서도 중요하다. 딸에게만 쬐어준다는 건강한 가을햇볕은 오곡백과를 실하고 맛있게 만들어 준다.

예전에는 이맘때쯤 국도 24호선을 타고 친정 나들이를 다니곤 했다. 그때마다 가을햇볕을 받으며 빨갛게 빛나고 있는 과일이 있었다. 바로 사과다. “사과 같은 내 얼굴~ 예쁘기도 하지요~ 눈도 반짝 코도 반짝 입도 반짝 반짝~” 아이들과 차창 밖으로 보이는 빨간 사과를 보면서 불렀던 노래가 행복을 더해주었다.

친정에 갈 때는 부모님을 위한 사과를, 집으로 돌아올 땐 가족을 위한 사과를 샀다. 늘 같은 농원을 이용하다보니 인심 좋은 할머니께서 약간의 흠집이 있는 사과를 주신 기억이 난다. 판매용은 아니지만 맛은 끝내준다며 오고갈 때 차안에서 먹어보라고 하셨다. 입안이 궁금한 시간에 대충 쓱쓱 닦은 뒤 한 입 베어 물면 새콤달콤한 맛과 향에 취했다.

활성산소 제거하고 항산화 성분 풍부
각종 성인병 예방과 노화방지에 탁월
아침 식전에 껍질째 먹으면 변비 예방

사과는 가을을 대표하는 과일이다. ‘하루 한 알 사과는 의사를 멀리한다’는 서양 속담, ‘사과 나는데 미인 난다’는 우리나라 속담을 보면 사과의 영양적인 가치가 얼마나 우수한지를 알 수 있다. 사과 껍질에는 안토시아닌(anthocyanin) 성분이, 과육에는 쿼세틴(quercetin), 카테킨(Catechin) 성분이 각각 다량 함유돼 있다. 이 성분들은 폴리페놀(polyphenol)과 마찬가지로 항산화작용을 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해 주기 때문에 각종 암 예방 및 심장병, 당뇨병, 노화 방지에 도움을 준다.

또한 유기산 성분이 우리 몸에 쌓여있는 피로를 없애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면역력 결핍을 개선하는데도 좋다. 하지만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金)사과’, 저녁에 먹으면 ‘동(銅)사과’라는 말이 있다. 사과의 신(酸) 성분은 아침에 먹으면 위(胃) 활동을 활발하게 하여 위액 분비를 촉진시키고 소화흡수를 잘 되게 한다. 반면 밤늦게 먹게 되면 위가 쓰릴 수가 있기 때문에 저녁보단 아침에 먹는 것이 좋다.

사과에는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다. 그 중 칼륨은 몸속의 나트륨 성분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는 혈압 상승을 방지해 고혈압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풍부한 비타민C는 피부미용에 좋아 사과같이 예쁜 얼굴을 만들어주는 데 일조하며 체내 철분을 흡수하는데 도움이 되어 빈혈개선에도 좋다.

주위에 떳떳이 말하기 머뭇거려지는 질병인 변비로 고생하는 지인들이 많다. 변비약을 계속 먹으면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약의 효력이 좋아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럴 때 펙틴(pectin)이라는 수용성 식이섬유소가 많이 든 사과를 먹으면 도움이 된다. 변비로 힘들다면 아침 식전에 껍질째 사과를 씹어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껍질과 껍질 바로 밑 과육에 섬유질과 비타민C 등 각종 영양소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 성현숙 도산노인복지관 영양사

하지만 사과에는 당(糖) 성분이 많다. 간식으로 섭취할 경우 1회 분량인 100g정도(반개정도)씩 섭취하는 것이 좋고 하루에 1~2개 정도가 적당하다. 사과는 껍질에 탄력이 있고 꽉 찬 느낌이 있는 것이 좋다. 손가락으로 튕겼을 때 맑은 소리가 나는 것이 좋다. 보관할 때는 한 개씩 랩으로 포장하거나 비닐봉투에 넣어 보관하고, 다른 과일과 혼합하지 말고 별도 보관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몇 사람이 모이기만 하면 지진 이야기를 한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마음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한 스피노자(Baruch de Spinoza, 1632~1677)의 명언이 절로 생각난다. 위대한 철학자가 했다는 말의 깊은 뜻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꿋꿋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 아닐까. 올 가을, 영양 가득하고 맛있는 사과로 건강도 챙기고 불안한 마음의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리는 것은 어떨까.

성현숙 도산노인복지관 영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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