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설계 위해 적성 탐구하는 시간
정규 교육과정도 소홀히해선 안돼

▲ 여창엽 장검중학교 교장

금년 2학기부터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시행되었다. 자유학기제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해 보려는 현 정부의 핵심 교육 정책이다.

자유학기제란 학생들이 학교의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참여하는 수업에서 꿈과 끼를 찾는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체적으로 접근하면 중학교 1학년 2학기 혹은 2학년 1학기 동안 학교수업은 학생 참여형태의 수업으로 바꾸고, 정규수업 시간의 일부를 동아리 활동과 진로 탐색활동 등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 제도의 목표는 학생들이 시험공부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찾아보고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필자는 일선 학교에서 정책을 수행하는 교육자로서 이 정책이 학교에 뿌리내리기를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학생들은 “나는 앞으로 뭘 하면서 살지?”라는 한 가지 질문에 매달려야 한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찾아보는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그로 인해 공부의 내용과 방법을 터득한다면 자유학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 기간은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내가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시간이다. 학생들이 흥미와 적성을 파악하고 앞으로 진로를 설계하는 귀중한 시간이다. 진로를 설계하려면 학생들은 마음속으로 뭘 하면서 살 것인지에 관한 질문을 늘 자신에게 던져봐야 한다. 교과수업에 참여하면서도 생각해야 하고, 체험활동을 나가서도 보고 들으면서 생각해야 할 질문은 오직 한 가지 뭘 하면서 살지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교육과정에 나와 있는 교과 내용은 반드시 다 가르쳐야 한다. 정규수업 시간을 할애함으로 인해 중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교육내용을 다 가르치지 못한다면 결국 지적 영역에서 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제도로 인해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진다면 그것은 국가적 손실이 될 수 있다. 학력은 신장시켜야 하는 것이 학교의 본질이다.

우리는 일본의 ‘유토리 교육’의 실패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유토리 교육은 일본에서 실시된 교육방침으로서 ‘여유 있는 교육’을 뜻한다. 2002년부터 공교육에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과도한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창의성과 자율성 존중을 표방하며 학교 수업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기초학력 저하현상 등 부작용이 심화됨으로써 2007년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학력강화 교육방침으로 선회했다. 일본은 유토리 교육 세대들의 사회적 부적응을 경험했다.

또한 학교는 자유학기제와 연관해 중학교 3년간 모든 학기를 새로운 시스템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학생들은 스스로 학습하는 연습을 하여야 하고 교사는 학생들이 의문을 가지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제도를 마치고 다음 학년도 모든 학기들이 연관성을 가지고 지속될 때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자유학기 이전의 학기는 즉 1학년 1학기는 ‘적응학기제’로 운영해 학생 참여수업을 연습하는 학기로 운영하고, 교과내용을 적절히 재구성해 자유학기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중학교 2, 3학년에서는 ‘활용학기제’ 혹은 ‘진로선택학기제’를 운영해 이 제도의 기본 취지가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유학기가 4차 산업이 진행되는 미래에 살아갈 학생들을 육성하려면 지역사회의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자유학기 참여 학생은 직업체험처럼 학교 밖에서 활동을 하게 된다. 우리 학생들이 지역에 있는 자영업자, 기업, 공공기관 등으로 체험 활동을 수행하려고 할 때 기꺼이 받아주고, 형식에서 벗어나 미래 세대들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또 학원에서는 시험이 없는 학기로 인하여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마케팅으로 활용해서는 곤란하다.

여창엽 장검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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