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축제가 시작됐다.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인 처용문화제가 29일 개막하는 것을 시작으로 10월 말까지 10여건의 규모 있는 문화행사가 연달아 열린다. 10월1~3일 열리는 울주군의 언양한우불고기축제, 10월14~16일 열리는 중구의 울산마두희축제 등 자치단체의 대표적 축제도 이어진다. 울산산업문화축제, 울산예술제, 무룡예술제 등 지역예술가들의 한해 성과를 점검해보는 행사도 있다. 올해는 특히 예년에 없던 대규모 행사도 계획돼 있다. 산악영화를 주제로 한 울주세계산악영화제(30일~10월4일)가 첫발을 뗀다. 2010년 세계옹기엑스포가 열린 이후 6년만에 갖는 국제적인 문화행사다. 전국 각 도시를 순회하며 개최되는 대한민국건축문화제(10월13~18일)도 울산에서 열린다. 한 분야의 전문성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고 이름난 건축가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두 행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행사는 매년 답습이다. 여전히 전국민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문화콘텐츠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화천 산천어축제, 함평 나비축제, 보령 머드축제 등 지방자치가 실시되고 난 뒤 전국의 소도시에서 세계적인 축제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도시인 울산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에 다름 아니다.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이고 있지만 축제를 보러 오는 외지 방문객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뭘까. 따지고 보면 새로운 축제를 위한 고민과 기존 축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본격적으로 해본 적이 없다. 시민사회단체가 간혹 토론회를 통해 축제의 문제점을 짚어보긴 했으나 자치단체는 축제가 끝난 뒤 의례적인 자체 평가에 만족하고 있는 실정이다. 변화가 없진 않았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축제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통폐합하거나 이름만 바꾸는 등의 형식적 점검에 그쳤다. 자치단체별로 기계적 나눠먹기로 대표축제를 만드는 바람에 예산만 더 올려놓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울산시민들의 자긍심이 되고 관광산업이 될 수 있는 대표적 문화행사 발굴이다. 그렇다고 또다시 기존 축제를 통폐합을 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기계적 숫자 줄이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마을 단위의 작은 문화행사는 많을수록 주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다만 전 시민, 혹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삼는 축제에 대해서는 주민화합을 위한 축제인지, 관광형 축제인지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에 적합한 평가기준으로 재평가를 해서 규모와 예산을 조정하면 될 일이다. 선택과 집중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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