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남편을 니코틴으로 살해한 이른바 ‘니코틴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부인과 내연남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피의자는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들의 컴퓨터를 복원하고 휴대전화 내용 등을 분석해 범행을 사전 모의한 정황을 추가로 밝혀냈다.

의정부지검 형사3부(권광현 부장검사)는 내연남과 공모해 치사량의 니코틴으로 남편을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송모(47·여)씨와 내연남 황모(46)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부인 송씨가 남편 오모(53)씨 몰래 혼인 신고한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두 사람은 10년가량 동거해 왔으며 부인 송씨는 오씨가 숨지기 약 두 달 전 혼인신고했다. 송씨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작성해 준 혼인신고서를 행정기관에 제출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혼인신고서에 기재된 오씨의 한자 이름이 매우 정성스럽게 써진 것을 의심, 필적 감정을 의뢰해 오씨가 직접 쓴 글씨가 아닌 것을 확인했다.

더욱이 혼인신고서 증인란에는 남편과 일면식도 없는 내연남 황씨의 이름이 기재됐다.

송씨와 황씨가 범행을 모의한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다.

검찰은 황씨의 컴퓨터를 압수했지만 범행 관련 내용이 발견되지 않았다. 오씨가 숨진 뒤 컴퓨터 운영체제가 업그레이드돼 기존 데이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대검 과학수사부에 의뢰해 이전 운영체제로 복원하는데 성공, 황씨가 범행 전 니코틴 살인 방법, 치사량, 장례절차 등의 단어로 검색한 사실을 확인했다.

황씨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도 같은 내용을 검색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반인이라면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검색하고 모르는 사람을 혼인신고 증인으로 세우지는 않는다”며 “오씨가 지방에서 근무하며 일주일에 한 번 집에 오는
을 고려하면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증거”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부인 송씨가 남편에게 니코틴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송씨와 황씨는 여전히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오씨는 지난 4월 22일 집에서 숨졌다. 이날 가족과 저녁 외식을 한 뒤 집으로 돌아와 거실에서 맥주를 마셨고 방에 들어가 평소처럼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으나 깨어나지 못했다.

시신 부검 결과 담배를 피우지 않는 오씨의 몸에서 치사량인 니코틴 1.95㎎/L와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다량 발견돼 니코틴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결론 났다.

송씨가 오씨 사망 직후 집 두 채 등 10억원 상당의 오씨 소유 재산을 빼돌리고 서둘러 장례를 치른 점, 내연남 황씨가 인터넷을 통해 외국에서 니코틴 원액 20㎎을 사고 송씨에게 1억원을 받은 점 등을 토대로 두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됐다.

검찰과 경찰은 송씨가 오씨에게 니코틴을 먹였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으나 직접적인 증거, 살해 방법은 확인하지 못했다.

오씨가 평소처럼 수면제를 먹을 때 송씨가 물을 건네면서 미리 니코틴을 탔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으나 니코틴 원액이 색과 냄새가 없지만 쓴맛이 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낮다.

오씨는 거실에서 맥주를 마시다 방에 들어가 수면제를 먹고 잠든 뒤 숨을 거뒀다. 송씨가 맥주에 니코틴을 타 오씨가 쓴맛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국내에는 니코틴 치사량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 얼마 만에 사망에 이르는지에 대한 연구가 없어 검찰은 이 부분을 살피고 있다.

또 수면제를 먹고 잠든 오씨에게 니코틴 원액을 코와 입 등으로 주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18일 재산을 모두 정리하고 외국으로 출국하려는 송씨를, 해외여행 갔다가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황씨를 그 다음날 각각 검거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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