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일 민영항공으로 알려졌지만 북한 공군 소속

미국이 28일(현지시간) 북한 핵·미사일 개발 지원 활동과 관련해 조사를 시사한 ‘고려항공’은 북한 유일의 민영항공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북한 공군 소속이다.

유엔은 지난 2014년 ‘북한 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에서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와 승무원은 북한 공군 소속으로, 고려항공이 실질적으로 국가에 의해 통제·관리되고 있다”며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에 대한 재정·기술 지원은 무기금수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보수매체 워싱턴프리비컨은 지난 7일 고려항공이 북한 정권의 ‘핵심 생명줄’(vital lifelines) 역할을 하고 있다며 외국 취항 금지 등 직접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워싱턴프리비컨은 ‘에디터 블로그’에서 “고려항공은 김씨(김정은) 일가 군부 조직의 하부로, 북한 ’국외 노예노동 기업‘의 현금을 실어나르고 무기 밀매를 위한 운송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의 무모한 도발 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정책 입안자들이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바로 고려항공의 중국 및 러시아 취항 노선 차단”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고려항공과의 협력관계 유지가 유엔 안보리 결의, 특히 2009년 안보리 제재가 명시한 ’모든 무기와 관련 물자 및 금융거래, 그리고 그와 관련된 제조·유지보수·기술교육 지원·자문 금지‘ 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2009년 유엔 안보리 제재 문구를 보면 군용기는 무기이거나 최소한 무기 관련 물자”라면서 “따라서 고려항공과의 금융거래 역시 제재대상에 포함돼야 하지만 (러시아나 중국 등) 김씨 일가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들은 이를 애써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프리비컨에 따르면 북한은 2013년 평양 군사퍼레이드에 활용할 목적으로 고려항공기를 군용으로 도색했고, 퍼레이드 종료 후 다시 민간용으로 도색하기도 했다.

미 정부도 고려항공이 북한군에 소속돼 북한의 대량파괴무기를 운반하고 외국 노동자들의 불법 자금 등을 운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니얼 프리드 미 국무부의 제재담당 조정관이 28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 소위 청문회에서 북한 핵·미사일 개발 지원 기업과 관련해 고려항공에 대한 조사를 시사한 배경이다.

그는 “우리와 동맹들이 북한 고려항공의 (영업)활동을 축소하고 능력을 제한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공개된 이 청문회에서 이 문제, 특히 조사 문제를 언급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북한 체제에서 고려항공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항공 영문 홈페이지에 따르면 1955년 ‘조선민항’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고려항공은 북한 유일의 ‘국적기’로, 1992년 ‘정부’의 결정에 따라 현재와 같이 이름을 바꿨다. 현재, 중국 베이징(北京)과 선양(瀋陽),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직항편을 운항중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6월 고려항공이 여객기 4대 만으로 해외 7개 도시와 국내 1곳을 운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항공기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민간 웹사이트 ‘플라이트 레이더 24’에 따르면 고려항공은 러시아 투폴레프사의 TU-204 기종 2대와 안토노프사가 만든 An-148 기종 2대만을 운영하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고려항공이 보유한 여객기는 총 10여 대로 알려졌지만, 안전 문제 등으로 실제 투입할 수 있는 여객기는 이처럼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공식 취항지는 베이징과 상하이, 선양,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이며, 월 1회 쿠웨이트 노선과 최근 운항을 시작한 중국 산둥(山東) 성의 칭다오(靑島)와 지난(濟南) 행 전세기, 국내선인 어랑 행까지 합하면 총 8개 노선이 운영되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고려항공은 영국 항공서비스 조사기관 스카이트랙스가 5년 연속 세계 최악의 항공사로 선정했을 정도로 안전도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06년 항공기 안전 관리·감독 실태를 평가해 취항 규제 항공사 명단을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2010년까지 줄곧 고려항공에 취항금지 등급을 매겼다. 2010년 3월 처음으로 엄격한 조건을 달아 취항을 제한적으로 허가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22일에는 평양에서 출발해 베이징으로 향하던 고려항공 항공기가 화재로 선양에 긴급 착륙하기도 했다. 정원 140명 가량인 1993년형 투폴레프 Tu-204 기종이던 항공기에는 승무원 15명과 승객 60여 명이 타고 있었다.

당시 기내 화재가 났으나 고려항공 승무원들은 현지 공항요원들의 기내 진입을 거절하고 자체 해결을 주장하는 등 여느 항공사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후 중국 일부 언론은 중국 민항국이 선양 사고에 따른 제재의 하나로 고려항공의 운항을 제한할 것이라며 고려항공에 비상 훈련 및 유지보수 개선을 지시했다고 8월 보도했다. 7월 선양 사고 이후 고려항공 여객기 운항이 10여일간 또 중단됐다는 미국의소리(VOA) 방송 보도가 8월말 나오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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