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신격호 공동 경영…비리 책임 없다 변명 납득안돼”

롯데그룹 경영 비리의 정점으로 지목된 신동빈(61)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검찰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29일 오전 공식 입장자료를 내어 “수사를 통해 범죄사실이 충분히 입증되고 밝혀진 횡령·배임액이 1천700억여원, 총수 일가가 가로챈 이익이 1천280억여원에 달할 정도로 사안이 중대함에도 피의자의 변명에만 기초해 영장을 기각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수사팀은 이어 “이보다 혐의가 가벼운 사례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실형을 선고해온 그동안의 재벌 수사와의 형평성에 반하고 비리가 객관적으로 확인됐음에도 총수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줘 향후 대기업 비리 수사를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26일 1천75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신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29일 새벽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신 회장은 횡령·배임 등이 아버지인 신격호(94) 총괄회장이 경영의 전권을 쥐고 있을 때 벌어진 일로 자신에겐 비리 책임이 없다고 소명해왔는데 법원이 이를 상당 부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검찰은 비리 시점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사실상 공동 경영을 해 신 회장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본다.

검찰 관계자는 “신 회장은 주요 경영 사안에서 신 총괄회장과 상의한 뒤 실질적인 집행 책임자 역할을 했다”며 “실제 정책본부 임원들은 두 사람이 공동으로 보고받고 지시도 공동으로 했다고 진술하고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이 의사 결정을 주도했다는 여러 내부자들 진술과 문서 등 증거가 충분한데도 법원이 신 회장의 ‘변명’을 받아들였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드러난 신 회장의 소명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조만간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10년간 친형인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400억원,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7)씨와 딸 신유미(33)씨에 100억원 등 약 500억의 부당 급여를 챙겨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받는다.

2005∼2013년 서씨와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롯데시네마 내 매점 독점운영권을 줘 770억원대의 매출을 올려주고, 2009∼2010년 현금인출기 제조사인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과정에 다른 계열사를 동원해 48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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