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보듬는 유치원 교사
부모에 못지않는 사랑 베풀어

▲ 박현숙 글로벌 리더 예원유치원장

‘어린이집 교사가 원생 폭행’이라는 기사를 보니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유치원 원장이라서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남겨질 상처의 크기가 짐작되기 때문이다. 유아기는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로 만 6세 이전에 형성된 성품이 일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말 한마디라도 조심해야 하는데 폭행이라니 가슴이 아프다.

유치원 선생님들의 노고는 아는 사람만 안다. 어린이들의 변 뒤처리하기, 기본생활습관 지도와 숲 놀이 활동, 인성교육 그리고 연령에 맞는 적기 학습은 물론 놀이치료에 언어치료까지 그들이 하는 일은 실제로 다양하다.

월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와 유치원에 두고 가려는 엄마 사이에서 두 팔을 활짝 벌린 우리 선생님에게서 천사의 모습을 본다.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울어대는 아이에게 “네가 시끄럽게 울면 내가 너를 안아 줄 수가 없어 선생님이 네 마음 다 알아. 엄마가 많이 보고 싶지?”하고 달랜다. 아이는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선생님의 말에 울음을 그치고 신기하게도 금방 친구들 곁으로 가서 즐겁게 교구놀이를 한다.

다섯 살 아이를 가슴에 꼭 안은 채 아이 마음을 통째로 읽어주고 있는 땅위의 천사가 유치원 선생님이다. 그들을 보면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지난 날 초등교사로 일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기보다는 성적향상 등의 성과에 급급해 다그치는 일이 많았기에 지나온 날이 죄스럽다.

점심시간만 되면 밥을 먹지 않으려고 각자가 준비한 도시락을 꺼내자마자 앙~앙~ 소리부터 질러대는 키 작은 꼬마는 달래도 소용이 없다. 우리 선생님은 우는 아이 옆에 가서 식사를 한다고 하지만 그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무슨 맛이 나랴. 왜 우는 아이 옆에서 식사를 하느냐고 이유를 물어봤더니 맛있게 먹는 흉내로 그 아이의 입맛을 돋게하기 위해서란다. 또 교사가 배고프지 않아야 짜증없이 어린이 사랑을 실천할 수가 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우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한번쯤 나무랄 법도 한데 선생님은 어린이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한 손은 아이의 손을 잡아 주고 다른 한 손으로 식사를 하며 끝까지 기다린다.

선생님이 식사를 마치는 동안 그 어린이는 배가 고프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 때 한입씩 떠먹이며 그 날 반찬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눈다. 어린이 입맛에 맞게 맵지 않은 고춧가루로 준비했어도 맵다고 아예 먹지 않으려는 김치는 밥 속에 조금씩 숨겨 먹이며 차츰 그 양을 늘리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무엇이든 골고루 잘 먹는 어린이가 된다. “원장 선생님, 저 김치 잘 먹어요. 저도요.” 하며 나를 쳐다본다. 와우, 대단해요 하며 엄지를 치켜세운 나를 보며 모두들 자랑스럽게 외쳐대는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맞다, 틀리다를 벗어나 순수한 사랑을 실천하는 유아기 선생님을 보며 사랑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유아기 어린이들은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구분하지 못할 때가 있다. 선생님이 어떤 상황에서나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끝까지 기다려 줌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밥을 잘 먹는 어린이가 자기 상상속의 이야기를 엄마에게 잘못 전하는 경우도 있어 가끔 보호자가 찾아와서 따지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 예로 “선생님이 우리 아이 입에 밥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면서요? 밥 안 먹어도 좋으니 그러지 마세요.” 밥을 먹지 않는 아이도 끝까지 기다리면서 지도하는데 밥을 잘 먹는 아이 입속에 밥을 억지로 떠 넣었다니요. 그 말이 실망스러울 텐데도 보호자와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오해를 해소하는 걸 보면 유아기 교사들의 고뇌가 느껴진다.

요즘은 자녀를 위하는 마음이 지나친 나머지 선생님들을 감시하려는 부모들도 없진 않으나 유아교육만큼은 감시가 아닌 감사의 마음으로 서로 존중하며 함께 어린이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린이들에게 있어 유아기 교사들의 사랑은 부모의 사랑 못지않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부의 잘못으로 성심껏 지도하는 교사까지 매도당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현숙 글로벌 리더 예원유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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