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갑성 사회문화팀 양산본부장

양산과 창녕, 합천 등 경남도 내 곳곳에는 소중한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 등 국보 11개, 창녕 관룡사 석가여래좌상 등 보물 162개 등 모두 1793개의 문화재가 있다. 특히 양산에는 선덕여왕 15년(646) 대국통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된 통도사가 있다. 수행불교의 중심도량인 통도사에 모셔진 부처님 사리와 금란가사는 자장스님이 문수보살로부터 전해 받았다는 설이 전해지는 등 종교적인 신비감을 주는 경남도의 대본산이다.

이런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지진위험에 노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최근 경주에서 잇따라 발생한 지진 원인으로 지목된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사실이 유력해지면서 중·장기 문화재 방재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관측 사상 최강 규모인 5.8 지진으로 진앙지인 경주 인접 지역에서 피해가 집중 발생했지만 경남 등 영남권 소재 문화재에도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실제 양산·김해·밀양·창녕·합천과 남해 등 경남지역 10여개 이상의 문화재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진의 영향으로 국보 제290호인 양산 통도사 대웅전의 기왓골이 뒤틀렸다. 사적 제73·74호인 김해 수로왕릉·수로왕비릉의 제기고·동재 용마루 기와 일부가 훼손됐는가 하면 숭모제 천장 목재가 이완되거나 목부재 일부가 파손됐다.

또 밀양 표충사 삼층석탑(보물 제467호) 주변 담장과 수선당 기와 일부 등도 파손됐고, 남해 금산(명승 제39호) 보리암에서도 극락전 하부의 토사가 유실되고 석축이 붕괴되기도 했다. 국보 212호인 석가여래좌상을 비롯해 국보·보물 등이 산재한 화왕산 관룡사 등 100여점에 달하는 문화재로 제2의 경주라 불리는 창녕 역시 지진의 직간접 영향을 받아 그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 지진으로 경남 등 영남권 문화재 피해가 100건에 육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산단층과 인접한 영남권에 산재한 문화재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경주~양산~부산에 이르는 170㎞의 양산단층이 왕성한 활동을 하게되면 소중한 문화유산이 언제 무너질지 누구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당국은 양산단층에서 향후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긴장해야 한다.

문화재청은 활성단층인 양산단층 주변에 어떤 문화재가 있는지, 보존상태는 어떤지 등에 대해 전문가 자문을 받아 지진 방재 계획을 수립,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전’이다. 예산 확보와 준비에 시간을 보내느라 ‘골든타임’을 놓쳐 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지부진으로 일관하는 사이 강진이 발생하면 수립한 계획 자체가 물거픔 되고 원형의 문화재는 더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 빨리 지진 위험 지대에 있는 문화재를 등급별로 나눠 집중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지진으로 피해가 났을 때 복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평소 문화재 실측 등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김갑성 사회문화팀 양산본부장 g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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