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서울 10년 만에 최대 상승, 신도시·경기도 오름폭 확대
저가 매물 실종…일부는 “가격 너무 올라 추격매수 부담”

추석 이후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서울의 경우 가을 이사철에 따른 실수요자들과 저금리로 인한 재건축 등의 투자수요가 맞물리면서 가격이 오름세가 지속되고 상승폭도 커지는 모습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으로 확산하면서 수도권 아파트값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일반 아파트도 저가 매물이 실종되면서 매수자들은 추격매수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서울 아파트값 추석 이후에도 강세…주간 상승률 10년 만에 최대

3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그 전주에 비해 0.35% 상승했다. 이는 주간 상승률로는 2006년 12월 1일(0.35%) 이후 9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면서 앞서 추석 연휴 기간을 포함한 2주간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0.29%)보다 오름폭이 커진 것이다.

이 가운데 재건축 아파트값은 0.90% 오르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주간 변동률로 2006년 11월 17일(0.91%) 이후 역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서울 아파트값은 9월 한 달 상승률도 1.21%를 기록하며 지난 8월(0.67%)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서울지역 아파트값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사업 추진 속도에 따라 상승세가 도미노처럼 번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서초 반포·잠원 일대 중고층 아파트를 시작으로 점화된 재건축 상승세는 개포동→잠실동→둔촌동→목동·과천→압구정→여의도 등지로 확산했다.

지난주엔 그동안 가격 경쟁에서 뒤처져있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1억원 넘게 올랐다. 최고 50층까지 짓겠다는 조합 자체 설계안이 호재가 됐다.

이 아파트 112㎡는 추석 전까지 12억5천만원 선이었는데 지난주 최고 14억원에 팔렸다. 2006년 말 역대 최고가(14억원) 수준까지 오른 것이다.

대치동의 S공인 대표는 “50층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일단 집주인들이 설계안을 호재로 받아들이고 호가를 올리고 있다”며 “오른 가격에 거래도 이뤄지면서 전고점을 따라잡았다”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는 지난달 24일 관리처분계획안이 통과된 이후 호가가 2천만원 이상 상승했다.

둔촌동 S공인 대표는 “재건축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으면서 사업단계가 진행될 때마다 가격이 오른다”며 “매수자들도 가격 부담을 느껴 쉽게 따라오지 못하고 있지만 매물도 거의 없어 거래를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강세에 일반아파트도 가격이 오르면서 매물이 귀하다.

서초구 잠원동 훼미리한신 아파트, 롯데캐슬 등의 경우 7월에 비해 5천만∼1억원씩 호가가 올랐다. 서초구의 아파트값은 추석 직후 상승률이 0.38%였으나 지난달 말엔 0.54%로 오름폭이 크게 확대됐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반포 일대 새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4천200만∼4천300만원까지 올랐고 이달에 분양할 아크로리버뷰 역시 4천200만원대로 분양승인이 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근 일반 아파트값이 덩달아 상승한 것”이라며 “매물이 줄면서 추석 이후 거래도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개포 주공1단지의 오름세가 주춤하면서 상승폭이 2주 전 0.54%에서 지난주 0.48%로 다소 둔화했지만 송파구(0.51%), 강동구(0.48%), 양천구(0.46%) 등 다른 재건축 호재 지역은 오름폭이 더 커졌다.

이러한 상승세는 재건축 호재 지역뿐만 아니라 강북 등 비강남권으로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강서구는 2주 전 0.23%에서 지난주 0.47%로 오름폭이 2배 이상 커졌고 도봉구는 0.25%에서 0.35%로, 노원구는 0.19%에서 0.3%로, 은평구는 0.23%에서 0.28%로, 성북구는 0.08%에서 0.23%로 오름폭이 각각 확대됐다.

노원구 상계동의 D공인 대표는 “저가 매물은 아예 찾아볼 수 없고 추석 이후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같이 움직이면서 오른 가격에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상승세 수도권으로 확산…가격 비싸 매수세도 주춤

추석 이후 아파트값 상승세는 서울에 이어 수도권으로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지난주 신도시 아파트값은 0.12% 올라 추석 직후(0.08%)에 비해 상승폭이 0.04%포인트 커졌고, 경기·인천도 2주 전 0.07%에서 지난주엔 0.10%로 오름폭이 확대됐다.

지난주 주간 상승률은 신도시의 경우 통계가 공개된 2011년 이후, 경기·인천은 작년 3월 이후 오름폭이 가장 큰 것이다.

위례신도시의 오름폭이 2주 전 0.18%에서 지난주엔 0.24%로 확대됐고 일산(0.17%), 평촌(0.16%), 분당(0.14%), 파주 운정(0.14%), 산본(0.11%) 등도 추석 직후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경기도는 그동안 오름세가 가팔랐던 성남(0.36%)과 과천(0.07%)의 상승세가 주춤한 사이 안양(0.36%), 광명(0.24%), 인천(0.12%), 김포(0.11%), 시흥(0.09%), 하남(0.07%) 등이 상승폭이 확대됐다.

하남 미사강변도시 H중개업소 대표는 “올해 들어 매매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한달 전에 비해서도 2천만∼3천만원이 추가로 오른 상황”이라며 “매물이 많지 않지만 호가가 계속 높아지다 보니 매수자들이 구매를 망설여 거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분당의 경우 지난 여름까지 소형아파트만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 중대형으로 상승세가 번지고 있다.

서현동의 H공인 대표는 “추석 전에 비해 호가가 중대형 아파트도 2천만원 정도 올랐고 팔겠다는 매물도 귀한 상태”라며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셋값도 강세를 보이면서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산 신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서구 주엽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추석 전부터 500만∼1천만원 정도 오른 가격에 거래가 많이 이뤄지더니 이달 말에도 500만∼1천만원 정도 호가가 상승했다”며 “일산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올랐던 만큼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격이 상승하면서 8월보다 성수기인 9월 들어서 거래는 오히려 감소하는 분위기다.

집주인들은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높게 부르고 매수자들은 가격이 높아 추격 매수하기에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949건으로 8월(1만2천192건)에 비해 10% 감소했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개포 주공1단의 경우 동호수 추첨 이후 가격이 너무 급등해서인지 추석 이후에는 확연히 매수세가 따라붙지 못하고 있다”며 “호가도 500만∼1천만원 정도 낮춰서 매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을 이사철을 맞아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 재건축 호재, 이사철 등이 겹치면서 수도권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탄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곳은 매수세 감소로 가격도 다소 조정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오른 곳을 중심으로 오름폭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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