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 고향
한글 사용 촉진 다양한 행사 마련

▲ 손종학 울산시 지방서기관

10월9일은 한글날. 세종대왕께서 우리 민족사의 가장 빛나는 문화유산인 한글을 만들어 널리 펴신지 570돌 되는 날이다. 그리고 일제 폭압에 대항해 1926년 조선어학회를 중심으로 우리의 얼과 글을 지키고자 한글날을 처음으로 기념하기 시작한 날이기도 하다. 지구상에 건국일이나 독립일을 기념하는 나라는 많지만 문자 창제를 기념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한글은 창제 당시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의 ‘훈민정음’이라 불렀으며, 언문, 언서, 가갸글 등으로 불리다 주시경 선생께서 ‘한(韓)나라의 글’ ‘큰 글’ ‘세상에서 첫째가는 글’이란 뜻으로 명명했다. 한글은 오늘날 외국의 저명한 언어학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으로 창제된 문자”로 평가한다.

한글의 우수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언급될 수 있는데 독창성과 음성학적 기반을 가진 과학성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지구상에 약 6000여개의 언어가 있지만 문자는 30여 개에 불과하다. 세계 공용어라는 영어에서 알 수 있듯 이 문자들은 대체로 만들어진 시기와 만든 사람을 알 수 없고 오랜 시간에 걸쳐 다듬어진 것이다. 반면에 한글은 만들어진 날과 창제 이념, 그리고 창제 원리가 명확하게 밝혀진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문자이다.

특히 풍부한 소리 값을 가져 세계의 어떤 말도 한글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물론 한글로 인간이 낼 수 있는 모든 발음을 표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존하는 문자 중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다. 소리의 표현을 한글은 8800개를 낼 수 있다. 일본어는 300개 중국어는 400여개다. 한글의 원리는 인간이 언어를 조합하고 말하는 것에 가장 가깝다. 한글로 일본어를 표기하는 것은 크게 무리가 없지만 일본어로 한글을 표기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또 무엇보다 뛰어난 장점은 배우기가 굉장히 쉽다는 것이다. 한글의 가획 원리, 조합의 원리, 글자꼴의 명료한 구별, 일자일음의 원칙 등으로 한글은 매우 배우기 쉬운 문자다. 이러한 한글의 문자론적 특성은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로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날 21세기 한글은 현존하는 그 어떤 문자보다도 정보화에 가장 적합한 문자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정보화시대의 선두주자로 나선 것도 우연은 아니다.

유네스코에서도 이를 인정해 1989년부터 세종대왕상을 만들어 해마다 인류문맹을 낮추는데 공적을 끼친 단체나 개인에게 상을 주고 있고, 1997년 10월 자랑스럽게 수많은 문자 가운데 오직 한글만을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에 선정했다.

이제껏 언급한 한글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나라에서 한글은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고 있다. 2010년 10월8일 동아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한글날이 언제인지 모르는 사람이 37%나 된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한글의 오염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 외국어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반해 우리말의 비율은 줄고 있다. ‘힘내自! 중소氣UP, 이리 오너라 up go놀자, 福GO클럽, 또 도무지 뜻을 알기 힘든 행복e음, 잡월드’ 등 국적을 알 수 없는 언어와 문자, 필요 이상 많이 사용되고 있는 외국어, 심하게 훼손된 인터넷 문자 홍수 속에서 한글은 상처받고 파괴되고 있다. 그럼에도 한켠에선 ‘오뚜기’ ‘빙그레’ ‘풀무원’ ‘푸르지오’ ‘딤채’ ‘디딤돌’ ‘다음’ 등 최근 우리말 상호로 우리말과 한글을 다듬으려는 움직임이 있어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울산은 한글로 독립운동을 하신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이다. 그래서 울산시는 올바른 한글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국어진흥조례를 제정했고, 최현배선생을 기리기 위해 한글마을도 조성하고, 한글의 다양한 쓰임새를 찾고 말을 다듬는 노력의 일환으로 한글문화예술제를 매년 열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는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창조와 애민사상, 실용과 과학정신을 받드는데 더욱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손종학 울산시 지방서기관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