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부작용 우려에도 말기 환자에 필요
안전성 조치 강화, 모든 환자 모니터·주의사항 집중 교육

▲ 금융당국이 늑장 공시 논란에 휩싸인 한미약품의 주식을 둘러싼 불공정거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4일 밝혔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한미약품이 개장 직후 약 30분간 특정인이 주식을 처분하도록 돕기 위해 일부러 늑장 공시를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사진은 4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미약품 본사. 연합뉴스

중증 부작용 발생으로 논란을 일으킨 한미약품의 ‘올리타정’(성분명 올무티닙)이 제한적인 사용을 조건으로 판매허가가 유지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올리타정의 판매허가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대신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 아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복용 동의를 받아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당초 식약처가 공개한 안전성 서한에서 신규 환자의 처방을 제한했던 것과 달리 신규 환자도 처방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중앙약심은 올리타정에서 중증 부작용이 발생했으나 기존 치료에 실패한 말기 폐암 환자에서 해당 제품의 유익성이 위험성보다 높다고 판단했다.

투약을 중단할 경우 급격한 증세 악화 우려가 있어 기존 투약자에게는 올리타정을 지속해서 제공될 필요가 있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식약처는 또 올리타정을 처방받은 적은 없으나 다른 항암제가 더는 듣지 않는 환자에게도 치료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신규 환자라도 의사의 판단과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본인의 동의만 있으면 올리타정을 처방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원식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안전성 정보와 중앙약심 자문결과, 대체 치료방법이 없는 환자에 대한 치료기회 제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증 부작용 발생에 따른 안전성 조치를 대폭 강화한다.

앞으로 식약처는 올리타정을 정식 처방받아 해당 의약품을 복용한 모든 환자를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또 의사와 환자에 대해 올리타정 투약 후 부작용 발생 가능성과 주의사항에 대해서도 집중교육을 시행하는 등 추가적인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의사와 환자에 대한 교육을 통해 투약 후 이상반응이 나타났을 때 조기에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치다.

현재 거론되는 중증피부이상반응의 경우 온몸에 수포가 나타나면서 증상이 시작되는데, 해당 부작용에 대한 교육을 면밀하게 시행하면 의료진과 환자들이 조기에 인지하고 투약을 중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중증피부이상반응 중 독성표피괴사용해의 경우 발병하면 사망률이 25~30%에 달하고, 스티븐슨존슨증후군의 사망률은 5~12% 정도다.

그러면서도 올리타정이 환자에게 주는 유익성이 유해성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김열홍 중앙약심 위원장(고려대 의대 교수·대한암학회 이사장)은 “올리타정은 말기 폐암 환자 중에서도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는 제한된 환자에게 사용되므로 일반 약제와는 다르다”며 “부작용 자체는 위중한 사안이지만 다른 치료 대안이 없는 환자들에게는 의약품의 접근성, 치료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올리타정은 기존 표적 폐암치료제인 ‘EGFR-TKI(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티로신키나제 억제제) 제제에 내성이 생겨 더는 치료할 수 없는 환자가 복용 대상이다. 의료계에서는 내성이 있는 환자 중에서도 60% 만이 ’T790M‘ 유전자 변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선희 식약처 의약품심사부장 역시 ”항암제의 경우 치료기회를 확대하는 유익성이 유해성을 웃돈다고 했을 때 허가 후 모니터링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며 ”환자에게 주는 이득을 더 크게 평가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부작용 보고를 늦게 했다는 논란이 일어난 데 대해서는 식약처가 현재 조사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상반응의 경우 우선 연구자가 제약사에게 보고하고, 그 내용을 제약사가 식약처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식약처는 해당 사안의 경우 우선 연구자가 뒤늦게 분석해 보고한 것으로 파악 중이며, 더 상세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미약품 측은 ”중앙약심의 결정에 따라 성실하게 안전관리조치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의 내성 표적 폐암 신약 올리타정은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건부 시판을 허가받았다.

그러나 식약처가 지난달 30일 안전성 서한을 배포해 올리타정을 투약한 환자들에게 중증피부이상반응이 발생했다며, 신규 환자에 대한 처방을 제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올리타정의 임상시험 과정에서 독성표피괴사용해(TEN) 2건, 스티븐스존스증후군(SJS) 1건 등 중증피부이상반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중 TEN 반응이 발생한 환자는 지난 4월 사망 사례로 처음 보고됐다. SJS 환자는 이상반응이 있었지만, 최종 사망은 질병 악화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즉, 올리타정 투약에서 비롯된 중증피부이상반응으로 사망한 환자는 1명인 셈이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