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진 큰빛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주변 지인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자신이 ‘우울증 같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보다는 ‘조울증 같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더 많다.

누구든지 주변의 자극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조금씩의 기분 변화는 있기 마련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분변화의 정도가 정상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조그만 성취 후에 느끼는 자신감 상승이나 좋은 기분은 정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수일간 잠도 자지 않으면서 엄청난 사업계획을 세우거나, 납득할 수 없는 돈을 쓰고 다니며 대선출마를 생각하거나, 이미 회장님이 된 듯한 기분은 정상범위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우울감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비현실적인 죄책감을 느낀다면 정상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러한 감정의 양 극단으로 인해 일상생활, 가정, 직업 기능에 상당한 저하가 있을 때 ‘조울증’이라는 병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조증은 충동조절이 어렵고 돌발행동 등의 자타해 위험이 있으며, 스스로 치료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에 입원치료가 필요하며, 울증은 만일 죽음에 대해 극단적으로 생각한다면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입원해서는 정신과적 면담과 검사로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약물치료, 정신치료를 하게 된다.

재발방지를 위해 꾸준하게 약물치료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양극성장애는 치료 후에 비교적 정상기능으로 회복되기 때문에 환자들은 약물치료에 관심이 없어지고 재발이 반복되는 경향이 많다. 재발이 반복될 경우에 이전 기능으로의 회복이 어렵고 발병 때마다 사회경제적 타격을 받고 자존감도 저하되기 때문에 점점 더 예후는 좋지 않다.

조울증이 생기는 원인으로는 개개인의 생물학적 취약성이 다른 것으로 생각되며, 취약성이 있는 개인에게 과도한 사회적 압박, 스트레스나 음주, 약물남용, 중독행동 등이 증상의 발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개개인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적 소진을 미리 예방하고, 주변에서도 과도한 기대나 압박을 주는 말이나 행동은 지양해야 한다.

흔히 조울증이라고 불리는 ‘양극성 장애’는 일반인이 지나가면서 이야기하는 가벼운 질환이 아니다. 따라서 극단적으로 행동하거나 생각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면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의 상담과 치료를 받도록 권유해야 한다.

이석진 큰빛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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