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제조업 경기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중화학공업은 울산산업의 근간이다. 제조업 경기의 침체는 곧 울산경제의 악화를 말한다. 4일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발표한 울산지역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제조업 업황 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전월에 비해 2P 하락한 53을 기록했다. 지난 6월과 7월 소폭의 회복세를 보이다가 8월에 곤두박질치면서 7년만의 최저치인 55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달에 다시 그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추락이 울산에서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9월 전국 제조업 BSI는 71이다. 4월부터 6개월 연속 7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제조업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울산이 유달리 나쁘게 나타나는 것은 계속되는 조선업의 부진과 현대자동차의 파업에 따른 협력업체의 애로 때문으로 분석된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울산의 경제 회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다. 울산시는 수년동안 경제를 시정의 최우선에 두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는 거의 없다. 기존 산업의 고도화와 신성장동력 발굴을 통해 산업수도의 명성을 이어갈 것이라는 구호가 난무한지도 수년째다. 기존 산업은 뒷걸음질을 하고 있는 반면 신성장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오일허브나 바이오, 2차전지, 수소산업, 관광산업 등은 정부와 국회의 지원을 얻지 못해 활로를 모색하지 못하거나 울산시의 늑장대응으로 다른 도시에 우선권을 넘겨주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대기업의 노사분규가 예년에 비해 심각해지면서 대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협력업체들도 일감을 찾지 못해 문을 닫을 지경이 돼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산업수도 울산’ ‘부자도시 울산’은 아련한 추억이 될 수도 있다. 총체적 난국에 다름아니다.

울산은 그동안 독자적인 경제정책이 절실한 도시가 아니었다. 국가적인 5개년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대기업들의 공장이 절로 유치됐고 수십년간 대기업들의 호황에 편승해 큰 노력없이도 산업수도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국 각 도시들이 경쟁력 향상에 나서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글로벌 경기침체만 탓하고 있어서도 안 된다. 습관과 체질을 송두리째 바꾸어야 할 때다. 경제회복을 위한 특별기구를 만드는 등 적극적 대책마련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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