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진 계기 사회전반 안전의식 높아져
예방대책에도 여전히 늘고 있는 산업재해
이참에 사업장 안전문화도 자리잡았으면

▲ 박현철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경영학박사

우리나라에 지진의 발생횟수도 늘어나고 강도도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에서 1978년부터 지진 관측이래, 1978~1998년 연평균 19.2회에서 1999~2015년 47.8회로 2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금년 9월12일 경주에서 가장 큰 규모 5.8이 발생하였고 지금까지 450여회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온 국민이 생명의 위험과 안전의 중요성을 직접 몸으로 느끼게 되면서 안전의식에도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비상대피훈련 및 안전교육이 강화되고 있으며, 재난시 행동요령을 보급하여 시민들이 숙지하도록 하고 있다. 위기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안전교육 생활화와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안전이 최대 이슈가 된 현 시점에서 사고예방을 위하여 더 엄격한 기준으로 현 사업장의 안전수준과 사고 시나리오별 매뉴얼을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기존설비에 대해 내진진단하여 보강하고, 행동지침을 표준화하여 주기적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번 경주지진 발생시 많은 사람들이 원전뿐만 아니라 울산에 밀집된 화학공장들의 안전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인화성 물질이나 독성물질 같은 화학물질의 누출에 의한 화재·폭발 사고 등은 다른 산업재해와는 달리 근로자는 물론 인근 주민, 나아가 환경과 생태계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산업사고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중대산업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규를 시작으로, 공정안전관리,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장외영향평가 및 위해관리계획 등을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으나 안전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매우 낮은 안전의식과 별개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아직도 우리는 사고가 일어나면 그것이 본인과는 관련없는 문제로 치부하고 안전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2년전 태국의 화학기업 사업장을 견학한 적이 있었다. 정문에도, 창고입구에도 ‘Safety first! Quality second! Production third!’라는 간판이 크게 붙어 있었다. 수년 전에 큰 폭발사고로 사업장의 존폐 위기까지 겪고나서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사업성과가 좋아질 수 있다’는 교훈을 얻어 사업장 책임자가 이를 회사방침으로 정해 실행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보다 후진국이라고 여겨지는 태국에서도 높은 안전의식을 갖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1906년 U.S. Steel Corp.의 Gary 회장, 1987년 Alcoa Inc.의 O’Neill 회장의 안전경영 혁신사례에서 보듯이 안전을 최우선 경영방침으로 바꾼 결과 산업재해가 급격히 감소했으며, 품질과 생산성도 향상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결과 안전사고로 인한 작업시간 손실의 감소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업무수행’이라는 기업문화가 형성되고 새로 도입된 첨단기술과 결합되어 생산, 매출 및 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이 세상은 인간의 치열한 생존경쟁과 개발활동에 수반하여 ‘엔트로피(entrophy)법칙’에 따라 혼란한 상태 즉 무질서도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 <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의 저자 Perrow 예일대 교수는 ‘현대사회는 고위기 기술의 세계’라고 진단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점점 위험수준이 높아져 대응하는 데 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세상이 ‘무질서’로 가는 것을 ‘질서’로 돌리는 숭고한 활동이 안전경영이다. 안전경영을 하면 안정적인 토대 위에 차별화전략과 혁신적인 조직문화가 구축되어 기업경쟁력이 높아지고 경영성과도 올라간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현철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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