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견줄 지각변동 가져올 김영란법
엄격한 법도 그 자체로는 존재가치 낮아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는 의식 뒤따라야

▲ 이재명 사회문화팀장

9·12지진 이후 경주 내남면을 중심으로 현재까지 450여 차례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번 지진은 양산단층대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울산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는 더욱 크다. 울산지역의 지각이 이처럼 크게 한번 움직였다는 것은 앞으로 언제든지 큰 지진이 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시민들의 공포심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거대한 지각변동이 우리의 생활에도 나타나고 있다. ‘김영란법’이라는 지진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것이다.

법이 바로 서면 나라가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은 역사에서도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전국시대 진나라의 경우 상앙이라는 자를 기용해 법치국가를 만들었다. 당시 전국 7웅 가운데 가장 뒤처졌던 진나라는 상앙의 변법으로 말미암아 강국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어 후일 진시황제가 되는 진왕(秦王) 정(政)은 법가사상의 시조인 한비자를 등용시켜 통치의 기틀을 다져나갔다. 상앙은 부패의 극을 달리고 있던 진나라를 엄격한 법으로 다스렸고 백성들은 상앙의 법이 무서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정부패를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김영란법을 상앙의 변법과 견줄만한 것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은 엄격하고 무서운 법이지만 먼 미래를 보면 대한민국의 국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김영란법이 얼마나 부패를 잘라낼 것인지 의아해하고 있다. 법 취지는 좋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허점 투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판사와 검사, 청와대 관계자 등 수백억원을 해먹은 권력자들에게 이 법이 얼마나 무섭게 느껴질지도 의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영란법 이전에도 형법 등 수많은 법이 엄한 징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이 법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국은 김영란법이 주로 작동하는 분야는 서민들의 삶이 될 것이란게 이 법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견해다. 큰 도둑은 못 잡고 서민들의 생활양식과 문화만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은 시행됐고, 모두가 이 법에 찬성하고 있다. 시대의 큰 흐름은 거역할 수 없으며, 그 흐름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이러한 대세를 거역한다면 부패를 찬성하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지만 소 잡는 칼로 닭을 잡거나 닭 잡는 칼로 소를 잡는데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따르기 마련이다. 어떠한 법이든 법 그 자체가 사회를 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하는지가 더 중요한 법이다.

심리학 용어에 ‘집단사고(groupthink)’라는게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집단의 응집력과 획일성을 강조하면서 반대의견을 억압, 종국에는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만장일치를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풍토에서 집단사고는 더욱 그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김영란법과 관련해 생각해보면 모두가 부패를 없애자는데 일부에서 이에 반대하는 행위는 ‘역적’의 소행으로 비쳐지게 마련이다.

진나라는 20년간 지속된 상앙의 변법으로 예(禮)와 인(仁)보다 법이 앞서는 통제 국가가 됐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자 승승장구하던 상앙은 야반도주하는 신세가 돼 자신이 만든 연좌제의 덫에 걸려 멸문지화를 당했고, 거열형으로 시신조차 보존하지 못했다. 후대 사람들은 상앙의 사례를 들어 ‘자기가 만든 법으로 자기 목숨이 위험하다’는 뜻의 ‘작법자폐(作法自斃)’라는 고사성어를 만들어냈다.

김영란법의 취지는 좋지만 그 운용이 도덕과 양심의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한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좋은 법도 고칠 부분은 과감하게 고쳐야 한다.

이재명 사회문화팀장 jmlee@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