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제18호 태풍 ‘차바’가 휩쓸고 간 울산 중구 태화종합시장은 말 그대로 ‘쑥대밭’으려 변했습니다.

지난 2014년 8월 200㎜ 이상의 집중호우에도 끄떡없던 태화시장이건만, 이번 태풍에는 성인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대부분의 상가들이 침수피해를 입고 말았죠.

중구에서만 46가구, 10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울산혁신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산을 깎으면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우수관로와 시장내 오수관에 쌓여 있던 슬러지, 만조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집중호우가 쏟아지더라도 빗물을 머금어 줄 산림이 사지전 것도 문제입니다. 산을 깎아 울산혁신도시를 조성하면서도 빗물이 제대로 흘러갈 수 있는 우수관로 또는 우수 저류조가 적정규모로 만들어지지 않아 빗물이 저지대인 태화시장으로 그대로 흘러들고 말았던 것입니다.

울산대학교 조홍제 교수는 “태화시장 상류에 LH공사가 설치한 저류지가 제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수재의 한 원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저류지는 일정한 빗물을 저장했다가 상부로 물을 조금씩 자연스레 흘려보내야 저지대가 홍수 피해를 보지 않는는데, 혁신도시에 설치된 저류지가 제기능을을 하지못해 유곡천에 흘러들면서 저지대인 태화시장 등 저지대가 침수피해를 입었다는 것이죠.

유곡천과 연결된 저류조는 1시간당 76.3㎜의 비가 내릴 때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 이번 태풍 때 내린 시간당 최대 강수량인 139㎜의 절반(54.6%) 에도 제역할도 하지 못했다고 조 교수는 분석했습니다.

태화시장을 비롯한 원도심 저지대의 피해는 천재지변 때문이 아니라 물관리를 허술하게 한 인재(人災)라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함월산 산자락을 깎아만든 혁신도시 개발의 이기가 되레 주민들에게 피해로 되돌아온다는 준엄한 자연의 꾸짓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구성·디자인 양다빈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