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지난 세기후반에 우리는 고도의 중앙집권적이고 집단주의적인 국가정책에 따라 경제개발을 추진하여 불과 4반세기라는 짧은 기간에 이른바 경제기적을 이루었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는 전근대적 농업사회에서 근대적 산업사회로 급속히 탈바꿈하였으며 또 전대미문의 정보화사회로 이행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권위주의 정치체제가 종막을 내리고 민주적 시민사회의 질서가 뿌리를내리는 서막이 올랐다. 88올림픽을 계기로 발전된 나라모습을 세계만방에 내보이기도하였고 보통사람의 시대를 열고 중산층 중심의 사회질서속에서 서민생활의 앞날이 희망으로 가득차기도 하였다. 그리고 문민시대를 맞이해서는 우리의 시민사회가 권위주의 독재체제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세계로 향한 민족적 웅지를 펴보고자 하였다.  그러나 오랜 권위주의적인 정치체제가 뿌리박힌 우리사회의 질서는 그렇게 선진적인 민주사회로 발전하는데 있어서 한계를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첫 번째 걸림돌이 88올림픽이후에 나타난 제몫찾기 혼란의 연속이었다. 이는 결국 IMF사태를 몰고 왔다. 너무나 조급히 개혁을 시도한 것이 그만 군데군데 흠집만 남기고 개혁다운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한 정책실패는 국민의 정부시대에 들어와서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의 의약분업이 이를 단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다.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무작정 몰고 간다는 식의 의약분업은 또 다른 개혁을 낳고 말 것이다. 기업의 구조조정만 해도 남북한 대화의 물꼬를 턴 현대그룹이 북한카드 때문에 발목이 잡혀 오히려 최악의 경영위기를 초래하여 국민경제를 비틀거리게 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의 정부가 추진해 왔던 4대 개혁도 완수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개혁되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래서는 우리 사회의 미래는 밝은 빛보다는 어두운 그림자로 점철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사람이 사는 어떤 사회라도 잘못된 부문이 발견되면 고쳐나가야 한다. 그러나 국민적 합의에 의한 개혁이 아닐 때 권위주의적인 힘으로 일방적으로 몰고 간다고 해서 목적한 바가 이루어질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일례가 김일성 유일사상으로 무장된 북한이 지상낙원을 건설하지 못하고 결국은인민대중을 도탄에 빠지게 한 일이다. 우리의 국민의 정부가 21세기를 맞이하여 끝없는 개혁드라이브를 펼치고 있으나 개혁은 또 다른 개혁을 낳는듯하며 구조조정은재벌해체나 기업청산이든가 아니면 정리해고로 인식되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솔직히 개혁이다 구조조정이다 라고 할 때 불안하지 않을 사람이 누구인가. 우리의시민사회는 이제 더 이상 권위주의적인 간섭이나 개입이 없는 모든 구성원의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모두를 위한 개혁과 구조조정을 원한다. 이제부터는 제발 정책실패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신중해졌으면 좋겠다.  일찍이 시인이자 철학자인 영국의 엘리엇은 그의 작품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지만,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이 싹트고 봄비와 함께 무딘 뿌리들이 약동하는 계절이라고 노래하였다.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의 개혁몸살이 언제까지 계속될는지 알 수 없어도 이제 4월을 맞아서 만신창이가 다된 우리의 금수강산이 무수한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희망이 손짓하는 그런 살맞나는 나라로 변신되어 더 이상 개혁을 위한 개혁이 없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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