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물에서 전염되는 질병...수해복구 작업 청결유지 중요
예방백신 없어…합병증 주의

▲ 정지원 울산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렙토스피라증이 의심돼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지난 5일 강타한 태풍 ‘차바’로 인해 울산은 최악의 물난리를 겪고 있다. 70%가량은 복구가 이뤄졌지만, 농촌이나 오지에 대한 복구는 아직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항구적으로 복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대부분 복구가 되고 있는 만큼 의료계에서는 수인성 질환 감염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정지원 울산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수인성질환 중 렙토스피라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장화·고무장갑 착용하고 작업해야

태풍 피해지역에서는 빠른 수해복구 작업 만큼 수인성 감염병 예방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홍수 시에 발생할 수 있는 수인성 감염병에는 장티푸스, 콜레라, 렙토스피라증이 있고, 유행성 눈병도 주의해야 한다.

날씨가 쌀쌀해져 장티푸스나 콜레라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예방 차원에서 손을 깨끗하게 씻고, 음식물은 반드시 끓이고 익혀서 섭취해야 한다. 또 물에 젖은 음식은 미련없이 버려야 한다.

렙토스피라증은 지금 같은 계절에도 발생할 수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 렙토스피라증이란 렙토스피라 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열성 질환이다. 사람이 렙토스피라 균에 감염된 가축들의 배설물과 직접 접촉하거나 배설물로 인해 오염된 물에 간접적으로 노출됐을 때 감염된다.

정지원 울산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해복구 작업을 할 때 피부 보호를 위해 신경을 써야 한다. 반드시 장화와 고무장갑을 착용해야 하며, 물에 노출된 피부는 반드시 깨끗한 물로 씻어야 한다. 복구 작업 중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휴식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수해복구 작업을 할때는 장화와 고무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렙토스피라 균과 접촉 피해야

렙토스피라증에 걸리면 3~14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갑자기 심한 발열, 두통, 오한이 오고, 종아리나 허벅지에 근육통이 생기기도 한다. 초기 증상이 감기몸살과 비슷해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초기에 병원을 찾으면 쉽게 회복할 수 있으나, 치료시기를 놓쳐 균이 다른 장기까지 침범하면 합병증으로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심하면 폐출혈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정 교수는 “초기에는 38~40℃에 달하는 고열이 나타난다. 뇌수막염이나 안구에 염증이 생기는 포도막염이 동반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폐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렙토스피라증은 가벼운 증상을 보인다. 나이가 많거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면 상태가 심각해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렙토스피라증은 항생제 투여로 치료할 수 있다. 가능한 조기에 투여하는 것이 좋다. 렙토스피라증 예방 백신은 없다. 렙토스피라 균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예방법이다.

정 교수는 “수해지역 피해 복구 작업 중 불가피하게 오염 가능성이 있는 환경에 있게 될 때는 반드시 작업복과 장화를 착용해 신체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야외 활동을 마친 뒤에는 몸을 깨끗이 씻고 옷은 반드시 세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젖은 몸으로 복구 작업을 오래 하다보면 체온 저하로 감기나 폐렴 같은 호흡기 질환이 발병할 수도 있다.

정 교수는 “호흡기 잘환 예방을 위해 가급적 보온을 충분히 하고, 따뜻한 보리차를 많이 섭취하는 게 좋다. 작업 시 젖은 옷은 즉시 벗어서 말리도록 하고 손발도 수시로 깨끗이 씻어야 한다. 발열, 발진,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인근 병원에 내원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또 유행성 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누를 사용해 흐르는 수돗물에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눈 주위를 만지지 말아야 한다. 눈에 부종, 충혈, 이물감이 있을 경우 안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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